한국인은 중국이 아무리 성장해도 중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
작성일 : 2026-01-21 11:39 수정일 : 2026-01-22 16:1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퇴직연금 기금화, 전체주의 시금석 된다.
나라에 무관심한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는 언제나 혹독하다. 그것은 한순간에 닥치지 않는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용할수록 더 위험하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미래를 내다보며 조심스럽게 대비하는 사람과, 소란스럽고 자신만만한 사람이다. “빈 그릇이 요란하다”는 말은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앞으로의 파장을 아는 사람일수록 정책 추진에 신중하다.
최근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정부의 기업 규제 강화 기조,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켜보며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대신 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미국 주식으로 향한다. 이는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판단이다.
한국인은 중국이 아무리 성장해도 시장 논리에 따르지 않는 중국 주식을 사지 않는다. 나스닥 100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100개 주식을 모은 지수를 말한다. 지금 1000만원 펀드를 사두면 20년 후 연평균 15%씩 2억원이 된다. 20년을 묻어두란 말은 미국 시스템에 대한 강한 확신이 선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화두로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을 제시하며 환율은 조만간 1400원 전후로 안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현실의 불안은 말로 잠재워지지 않는다. 환율을 비롯한 경제 지표는 신뢰가 무너지면 급격히 흔들린다.
이제 정부의 시선은 개인의 노후 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환율 불안과 재정 압박 속에서 추진되는 퇴직연금 기금화 방안이 그것이다. 표면적 명분은 ‘안정적 운용’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이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의 문제다.
개인이 쌓아온 퇴직연금을 국가가 일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를 두고 “명칭만 기금화일 뿐, 실질은 국유화”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퇴직연금은 정책 수단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재산이며, 노후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핵심이다.
환율 방어와 재정 안정을 이유로 개인의 노후 자산이 동원돼서는 안 된다. 재산권과 자기결정권은 위기 때 유보되는 선택지가 아니다. 그것이 흔들리는 순간, 국가는 국민 위에 서게 된다.
정치 권력은 언제나 법의 외곽을 배회한다. 직접 나서기보다 제도와 임명직을 앞세워 책임을 분산시킨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국민이 침묵한다는 점이다. 지식인의 입이 막히고 사회가 무관심에 잠길수록, 정책은 가장 약한 지점을 파고든다.
통증이 없다고 암을 방치하면 결국 손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 퇴직연금 기금화 역시 마찬가지다. 책임과 운용 구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국가가 개인 자산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적 사고의 전조다.
정책은 선의로 포장되지만, 결과는 제도로 남는다. 그리고 제도는 한 번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정’이라는 말에 취한 안일함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냉정한 경계심이다. 무관심의 대가는 언제나 국민이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