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신계룡~북천안’ 고압 송전선로 공청회 파행

작성일 : 2026-01-24 09:22 수정일 : 2026-01-24 09:41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한전 ‘신계룡~북천안’ 고압 송전선로 공청회 파행

유치원·학교 인접 노선에 주민 반발…“결론 정해놓은 형식적 공청회”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신계룡~북천안 345kV 고압 송전선로 설치 계획’을 둘러싸고 대전 유성구 노은1·2·3지구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며 공청회가 사실상 파행으로 끝났다.

한전은 반도체·AI(인공지능) 빅테크 기업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경기도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해당 송전선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확정된 최적 경과 대역에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규모 주거지역이 포함되면서 주민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설명 듣고 싶지 않다”…회의장 아수라장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6일 제6차 부지 확정 회의를 열고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최적 노선을 확정했다. 해당 노선은 대전 서구 기성·관저2동, 유성구 진잠·학하·노은1·2·3동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 8일 입지선정위원회에서는 △산지 위주 노선 △지중화 △기존 선로 활용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협의가 진행됐으나, 주민들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고 반발했다.

노은3지구 꿈에그린 1단지에 거주하는 한 여성 주민은 “더 이상 설명을 듣고 싶지 않다”며 “결론을 정해놓고 주민 의견을 듣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항의했다.

이어 “청정지역이라는 말만 믿고 이사 왔는데, 국가기관이 주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 발언 이후 회의장은 고성과 항의가 오가며 한때 난장판이 됐다.

전자파·경관 훼손·재산권 침해 우려

주민들은 고압 송전선로가 도심과 주거지를 관통할 경우 전자파에 대한 불안, 자연경관 훼손, 재산권 침해라는 ‘3중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기존 고압선은 대부분 산능선을 따라 설치돼 주거지와 거리가 있다”며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성구 일대 주민들은 현재 설치된 고압선 역시 지중화를 요구해왔으나, 한전이 비용 문제를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고 주장했다.

“행복추구권 침해”…헌법적 논란으로 확산

주민들은 이번 송전선로 계획이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기본권으로 해석된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국가기관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 비판도 제기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한전의 재정 악화와 전력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전공과대학 설립으로 인한 재정 부담, 원자력 발전 축소와 태양광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전시에 전면 재조사 요구

주민들은 대전시에 대해 송전선로 설치 계획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성구 노은1·2·3지구를 관통하는 노선에 대해서는 “주민 주거 안정과 환경 보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대책위는 “공청회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대안 노선 검토 없이는 사업 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은 “국가 전력망 안정과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한 불가피한 사업”이라며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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