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붕어빵인가?
작성일 : 2026-02-05 06:24 수정일 : 2026-02-05 09:0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도서관에 가면 가득한 책이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과거에는 책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종이와 잉크, 제본 기술 자체가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제작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특히 책을 접을 때 판심 부분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본문 내용 바깥쪽에 여백이 저절로 많이 생겼고, 이를 고려해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신중히 결정해야 했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내용 전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페이지의 구조적인 완성을 위한 세심한 작업도 필요했다.
또한 활자를 손수 조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엄청난 노동력과 정성이 들어갔다. 이 외에도 인쇄 과정의 불안정성과 종이 질의 한계 때문에 책의 보관과 관리에도 어려움이 컸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점도 출판의 제약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과거의 책은 한 권 한 권이 귀중하고 예술적인 가치까지 지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책을 만드는 데는 단순한 작업 이상의 고난과 예술적인 고민이 동시에 존재하였던 셈이다.
이처럼 과거의 책 제작은 기술적 한계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물리적 여백, 인쇄 기술, 재료의 한계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어려운 작업이었기에 오늘날과 비교하면 매우 고된 일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책 한 권에도 당시 제작자들의 많은 노력과 기술이 담겨 있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책 집필은 작가의 신중한 계획과 깊은 사유, 그리고 끊임없는 다듬음이 필요한 과정이다.

또한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경험과 지식을 정리하는 동시에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포함된다.
아울러 집필 과정에서 생기는 수정과 반복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며, 작가로서 성장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맥락에서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책임감을 지니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며, 독자와의 소통을 고민하고, 뜻깊은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필은 매우 신중하고도 성실한 태도를 요구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1년에 무려 9,000종씩의 쏟아내는 AI 출판사의 책을 납본받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범람하는 AI 출판물을 막기 위해 납본 제도 개선 연구에도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옳은 결정이다.
이러한 책은 사실상 책이 아니라 그야말로 무차별로 쏟아내는 지라시(선전을 위해 대량으로 만든 종이쪽지)라는 생각이다. 상식이겠지만 한 곳에서 1년에 9,000종이나 되는 책의 대량 발간은 더 이상 책이 아니다.
마침맞게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한다. 아무리 AI 시대라지만 책을 붕어빵 찍어내듯 해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니 책을 더 안 보는 것 아닐까?
성실한 작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AI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창의력만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