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 좋기로는 청어요,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명태는 오랜 세월 우리 식탁을 지켜온 국민 생선이다. 12월에서 1월이 제철인 명태는 겨울철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고마운 존재였다.
명태에는 성장과 생식에 필수적인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 A, 칼슘, 나이아신, 레티놀 등이 풍부하다. 두뇌 발달과 시력 보호, 피부 노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실제로 명태는 살뿐 아니라 머리, 껍질, 내장까지 모두 식재료로 활용된다.
이처럼 쓰임새가 다양한 만큼 이름도 유독 많다. 가공 방식과 상태에 따라 불리는 명태의 이름은 수십 가지에 달한다. 갓 잡은 것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눈과 바람을 맞으며 덕장에서 말린 것은 ‘황태’, 바싹 말리면 ‘북어’가 된다.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해 반건조하면 ‘코다리’, 새끼 명태를 말리면 술안주로 익숙한 ‘노가리’가 된다. 같은 생선이지만 이름만 들으면 전혀 다른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명태’라는 이름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조선 후기 이전에는 명태를 대구와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공식 문헌에 ‘명태’가 처음 등장한 기록은 효종 3년(1652년) 승정원일기다. 강원도에서 진상한 대구 알젓에 명태 알이 섞여 있다는 이유로 관리의 책임을 묻는 내용이 남아 있다.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 역시 설화처럼 전해진다.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에는 함경도 명천에 살던 태 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아 올린 물고기라 하여 ‘명천의 명(明)’과 ‘태(太)’를 따 ‘명태’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한때 명태는 산처럼 쌓일 만큼 풍족해 ‘산태(山太)’라 불렸다. 그러나 남획과 해수 온도 변화로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며 이제는 ‘금처럼 귀한 생선’이라는 뜻의 ‘금태(金太)’가 됐다. 아이러니한 이름의 변화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최근 해양심층수산자원센터가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전환점이다. 언젠가 다시 명태가 서민 밥상으로 돌아와 ‘산태’라 불리던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이름은 많지만 결국 하나의 생선, 명태. 그 이름의 변천은 곧 우리 바다와 식탁의 역사이자, 풍요에서 결핍으로, 그리고 다시 회복을 꿈꾸는 오늘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