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모르는 한국어
작성일 : 2026-02-28 06:54 수정일 : 2026-03-02 02:28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내가 다니는 학교 주변에는 두 개의 대학이 우뚝하다. 외국인 학생도 많다. 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여 이해하고, 심지어 우리말로 대화까지 하는 모습을 보자면 정말 신기하고 또한 기특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한국어를 외국인이 배우고 말로써 소통까지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시를 동원해 본다.
“000가 또 음주운전에 적발되었다며? 그 못된 습관은 아예 뿌리를 뽑아야 해.” 여기서 말하는 ‘뿌리를 뽑다’는 ‘근본적으로 없애다’ 혹은 ‘완전히 제거하다’라는 의미로, 나쁜 습관이나 문제의 원인을 근본에서 제거할 때 흔히 쓰인다.
이처럼 한국어에서는 직설적이면서도 강한 어감으로 사용되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층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만 이를 외국인들이 받아들이거나 번역까지 하자면 보통 까다로운 *숙어(熟語)가 아닐 수 없다.
“000께서 돌아가셨다”라는 표현 역시 매한가지다. 이 단어는 ‘죽다(die)’에 대한 존댓말로, 고인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담긴 표현이다.
한국 문화에서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할 때 꼭 사용하는 격식 있는 말로, 단순히 ‘사망하다’의 뜻을 넘어서 존경과 애도를 함축한다. 그러나 해당 존칭 표현 역시 외국어로는 직접 옮기기 어려운 문화적 요소가 함유돼 있다.
이처럼 한국어에는 단어 하나하나가 문화적, 정서적 깊이를 품고 있어서 외국인이 그 풍부한 느낌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한국어를 배울 때 문법이나 단어 뜻뿐 아니라 그 배경과 문화, 감성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어는 ‘ㄱ/ㅋ’, ‘ㅂ/ㅍ’, ‘ㅅ/ㅆ’ 처럼 미묘한 자음 구분이 많아 모국어에 해당 소리가 없을 경우 혼동이 잦다. ‘가방’과 ‘카방’, ‘발’과 ‘팔’ 등을 구별하기 어려워 발음 연습이 필수적이다.
존댓말과 높임말도 오르기 힘든 험산 준령이다. 청자와 연령, 직책에 따라 ‘먹다→드시다’, ‘자다→주무시다’ 처럼 어미가 바뀌며, 상황에 맞는 높임말 선택이 복잡하다.
반말과 존댓말을 구분하지 못하면 대화가 어색해진다. 조사와 문법 구조 또한 머리까지 흔들린다.
‘은/는’, ‘이/가’, ‘을/에게’ 등 조사 사용과 ‘주어‑목적어‑동사’ 어순이 영어와 달라 의미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맞춤법과 다의어 혼동 역시 머릿속을 하얗게 만든다.
‘채’와 ‘체’, ‘돼요’와 ‘되요’ 등 발음과 의미가 비슷한 형태가 많아 쓰기 실수도 빈번하다. 이런 까닭에 한국어를 능통하게 잘 구사하는 외국인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개학하면 또 영어 등의 외국어를 배우게 된다. 우리 말과 글에 비하면 훨씬 쉬운 장르가 바로 외국어다. 작년보다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 숙어:(熟語,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 ‘발이 넓다’는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를 뜻하는 것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