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것을 “긴 것”이라 우기는 세상

침묵과 불신이 쌓일수록 사회는 분열

작성일 : 2026-03-03 09:19 수정일 : 2026-03-03 10:57 작성자 : 계석일기자 (Keapark@hanmail.net)

아닌 것을 “긴 것”이라 우기는 세상
 
식민지로 살아본 민족은 안다. 속마음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서러운지. 두려움 때문에 아닌 것을 맞다고, 짧은 것을 길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인간을 비겁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역사로 배웠다.
 
부모의 회초리가 무서워 “아닌 것을 긴 것”이라 우기는 자식이 있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더 아픈 것은 회초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일 것이다. 처벌이 두려워 자신을 속이는 삶,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병들게 한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바로 그 두려움과 싸웠다. 대표적인 인물이 유관순 열사다. 그는 1919년 3·1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17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그의 뒤에는 어윤희, 권애라, 신관빈, 임명애 등 이름조차 널리 알려지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의사 신분으로 만주로 망명해 독립군을 치료하고 군자금을 지원했던 김필순, 상하이 홍커우 공원 의거로 일제 수뇌부를 처단한 윤봉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김구, 그리고 민족 계몽에 힘쓴 안창호 선생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겠다는 결기였다.
 
물론 우리는 역사도 직시해야 한다. 조선 말기 안동 김씨 세도 정치로 상징되는 권력층의 무능과 부패, 외세에 의존하는 ‘이이제이’ 전략, 그리고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의 배신은 국권 상실의 길을 재촉했다. 내부의 분열과 부정이 외세 침탈의 빌미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독립은 수많은 외침과 희생 끝에 맞았지만, 결정적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의 패전이었다. 우리는 그 역사 앞에서 질문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외부의 힘에 의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 않은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진실과 정의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제도적 절차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혹이 있다면 투명하게 검증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일 것이다.
 
 침묵과 불신이 쌓일수록 사회는 분열되고, 서로를 향한 의심만 커진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사회가 건강한가,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는 사회가 건강한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은 단지 과거의 영광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권력이 두렵더라도, 다수가 외면하더라도, 사실을 사실이라 말할 용기가 있는가.
 
“아닌 것을 긴 것이라” 우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진짜 독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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