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의 외교적 도발, 자초한 결과인가

한국을 얼마나 가볍게 보았으면 이런 언행이 가능하냐

작성일 : 2026-03-04 00:13 수정일 : 2026-03-04 00:22 작성자 : 이계상 칼럼니스트 (lgs9580@gmail.com)

 
이계성 칼럼니스트 (전)양천고 교장,천주교지키기평신도 모임대표

중·러의 외교적 도발, 자초한 결과인가

최근 이재명 정부를 둘러싼 외교 논란이 거세다. 주한 러시아 대사의 발언과 러시아 대사관의 행보, 그리고 주한 중국 대사의 공개적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을 얼마나 가볍게 보았으면 이런 언행이 가능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서울 정동 대사관 건물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주년을 앞두고 내건 이 문구는 단순한 자국 홍보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전쟁을 노골적으로 정당화하는 메시지다. 한국 외교부가 유감을 표했음에도 대사관은 이를 철거하지 않았다.

앞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 기자들 앞에서 북한군의 공로를 언급하며 “그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 헌법상 국가보안의 중대한 위협이다. 6·25전쟁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군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는 발언은 외교적 수사를 넘어 주재국에 대한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중국 역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는 광주 정율성 거리를 방문한 뒤, 정율성 흉상 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와의 문화 현안에 외교 사절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은 외교 관례상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보복’을 경고했다는 점이다.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들이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 우선 지원 목록(PURL)’ 프로그램에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취지다.

이미 호주·뉴질랜드·일본 등 다른 파트너국들은 참여를 결정했지만, 러시아가 유독 한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내놓은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외교는 힘의 언어다. 원칙이 분명하고 동맹이 견고하면 상대도 선을 넘지 않는다. 반대로 전략적 모호성만 반복되고, 국내 정치에 밀려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 외교적 공간은 급속히 좁아진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미·중·러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결과, 오히려 어느 쪽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물론 외교 현안은 단순한 흑백 논리로 재단할 수 없다. 국제정세는 복잡하고, 국익은 다층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 안보와 주권의 문제에서는 최소한의 원칙과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주재국 국민 다수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이 반복되는데도 단호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외교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더욱 명확한 기준과 전략이 필요하다. 중·러의 최근 행보가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을 시험하는 신호탄이 될지는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 외교에서 존중은 구걸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원칙과 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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