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0명과 285명 간극 유감

올해 초등학교 210곳이 '입학생 0명’

작성일 : 2026-03-04 19:26 수정일 : 2026-03-04 20:1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 모 초등학교의 입학식장


1970년대는 콩나물시루

비극의 상전벽해

교육은 백년대계?

우리 사회 근간 흔들리는 신호

국가적 미래 자산의 축소

싸움질만 일삼고 있는 정치권

 

 

내가 작년부터 다니고 있는 대전시립중·고등학교(교장 우홍선)3314, 7회 입학식을 개최했다. 이날 중학교 신입생 75, 고등학교 신입생 210, 285명의 신입생이 입학식을 가졌다.

 

반면 올해 전국의 초등학교 210곳이 '입학생 0'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5년 전(116)보다 81%나 늘어났다. 이처럼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전남이 45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38), 전북(23), 충북(21), 강원·충남(20) 순이었다.

 

경남은 18, 인천·제주는 각 5, 경기는 4, 대구는 3, 광주·대전·부산은 각 2, 서울·울산은 각 1곳이었다고 한다. 정말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고 느껴졌다.

 

올해는 친손자와 외손녀가 나란히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래서 손주의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분석해 봤다. 다음은 그 도표다.

 

M 초등학교(서울시)

개교 1962

1학년 학생 수 166(신입생)

총 학생 수 1,105

교사군 99

학급 수 48

 

C 초등학교(경기도 화성시)

개교 2015

1학년 학생 수 140(신입생)

총 학생 수 1,032

교사군 92

학급 수 42

 

▶ 손자가 입학한 모 초등학교

 

내가 초등(국민)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는 콩나물시루라는 별칭이 유행했다. 이는 한 교실에 학생이 빽빽하게 모여 공부하는 모습이 마치 콩나물시루를 연상시켜 붙인 별명으로, 과밀학급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당시에는 한 반에 60 ~ 80, 심지어 100명 이상까지 수업을 받는 사례가 있었고, 교실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2부제(오전·오후반) 운영도 흔했다.

 

그랬는데 이제는 아예 신입생이 전무한 학교가 속출하고 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도 이런 상전벽해가 또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입학생이 이처럼 증발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백년대계는커녕 불과 10년 앞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할 듯싶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입학생 0이라는 실로 암울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는 데 있다. ‘입학생 급감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무거운 신호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트리플(triple) 인구 절벽'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이 암울한 현실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파고들고 있는지, 핵심적인 변화들을 짚어보자.

 

1. 교육 생태계의 붕괴: '0'의 공포

가장 먼저 체감되는 곳은 교육 현장이다.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학교 자체가 사라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 ·중등 교육의 축소: 매년 수백 개의 학교가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해 입학식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학교 폐교를 넘어, 해당 지역의 유일한 구심점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 대학의 생존 위기: 4년제 대학들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해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시대다. 지방대는 고사 위기에 처했고, 수도권 대학들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2. 지역 경제의 도미노 붕괴

학교는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니다. 학교가 사라지면 그 주변 상권, 즉 문구점, 식당, 원룸촌 등이 함께 무너진다.

 

- 지방 소멸 가속화: 학교 폐교 인구 유출 지역 소비 위축 일자리 감소 추가 인구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 인프라 철수: 학생이 없는 지역에는 버스 노선, 병원, 행정 서비스 등 기초 인프라조차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살 수 없는 동네'가 되어가는 것이다.

 

▶ 과거엔 초등학교 교실이 콩나물시루였다

 

3. 국가적 미래 자산의 축소

이 현실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유지력'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입학생 급감은 15~20년 뒤 노동시장에 투입될 인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직결된다.

 

- 사회적 부양 부담: 일하는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노년층은 급증한다. 이는 남은 세대에게 더 큰 조세 부담과 국민연금 고갈 등의 압박으로 돌아온다.

 

이글의 제목으로 뽑은 입학생 0명과 285명 간극은 그 심각성이 더욱 명징(明徵)하다. 대전시립중·고등학교의 올해 신입생 285명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교육 현실과 상황이 이처럼 초미지급(焦眉之急)임에도 정치권은 연일 싸움질만 일삼고 있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 3월 3일 입학식을 치른 대전의 모 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