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3-06 17:18 수정일 : 2026-03-06 18:53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에서 북한군이 쏜 총에 절명하고 소각 만행까지 당했을 때,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처사였다. 정부의 대북 정책 멘토라는 이들은 모여서 이런 말도 했다. “이씨와 가족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국민이 살해당했는데 분노하기는커녕 이를 가해자와 대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북한 당국 눈에 이런 한국이 어떻게 보였을지는 불문가지다. 자국민이 죽어도 응징을 포기하는 나라는 하찮고 만만한 상대일 뿐이다.
서로를 지켜주려고 기꺼이 자기 피를 흘리는 국가 간 관계가 혈맹이다. 러·우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그런 사이가 됐다. 러시아는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고 상호 군사 개입의 길을 열었다. 그런데 이런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연합 훈련을 우리는 미국에 “일본 빼고 하자”며 무산시켰고, 최후의 생명줄인 한·미 연합 훈련조차 2023년 대비 30%나 줄였다고 한다. 지난해 북한 김여정이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을 연속 감행하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다”고 하자 예정된 훈련도 미뤘다.군시설 경계병에게 소총대신 3단봉으로 근무를 서게 하는 군대,웃기지 아니한가.어이가 없다.
북한이 우리와 마주 앉지 않겠다는 말의 진실은 잘사는 남한의 영향력이 북한에 미치는 게 두려워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군사 훈련을 구실 삼자 그들 하자는 대로 하는 한국은 다루기 쉬운 만만한 존재일 뿐이다. 북한은 지금껏 만만하고 나약하게 구는 남한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다. 북한을 압도하는 경제력과 문화, 무력을 지니고도 툭 하면 그들에게 “괴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란 협박을 듣는 것도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나라가 이러니 장병들이라고 땀 흘려 훈련하고 국방의 결의를 다질 리 없다. 요즘 병장 월급이 200만원이라 한다. 그런데 채무 조정을 받는 이가 지난 5년 사이 80%나 늘었다고 한다. 내무반에서 휴대전화로 사이버 도박에 접속해 게임 머니에 탕진하다가 빚까지 진다는 것이다. 이런 군을 둔 나라가 위력적인 무기를 지녔다고 한들 누가 두려워하겠는가. 나라가 존중받는 것도 무시당하는 것도 모두 자기 하기 나름이다. 무시를 당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 대 이란전에 주한미군 전력 차출이 현실화하면 대북 대비 태세의 약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이 와중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형 구축함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권 생존을 위한 전략적 기회로 삼은 김정은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가 북한의 또 다른 모험주의를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간 한미는 주한미군 전력이 빠질 때마다 대체 전력을 통해 연합방위 태세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대북 전력에 공백이 없도록 보완 방안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더욱이 이번 논의는 양국이 지난해 ‘동맹 현대화’에 합의한 이래 처음 이뤄지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화의 전례가 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빈틈없는 조율이 필요하다.
미국과 이란 전쟁은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군조차 가장 치명적인 위협으로 첨단 미사일이 아닌 ‘저가형 드론’을 꼽았다. 이란은 저가형 자폭 드론을 대량 투입해 고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비용 비대칭 전략’으로 미군의 허를 찔렀다. 미 국방부는 최근 미 의회 브리핑에서 “이란의 드론이 저고도에서 불규칙한 경로와 저속으로 비행하는 특성 탓에 기존 방공체계로는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수십 배 비용의 요격 무기를 소모해야 하는 ‘창과 방패’의 역설은 이제 전장의 현실이 됐다.
이 같은 전장의 변화는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인 경고가 된다. 북한은 한·미에 열세인 재래식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일찌감치 드론 전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통해 드론 전술과 기술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엔 ‘샛별-4형’과 ‘샛별-9형’ 등 신형 무인기를 공개하며 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5000t급 구축함의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는 공중의 드론과 해상의 전략무기가 결합한 복합 도발의 서막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더구나 미국의 새로운 안보 전략에 따라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한 억제에 한국이 담당할 몫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창설한 드론작전사령부의 조직과 기능을 해체하고 재편하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드론이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자산이 된 상황에서 관련 전력을 약화시키는 논의는 시대적 추세와 역행하는 처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전 대응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인공지능 기반 탐지 체계와 레이더 요격무기 등 새로운 방공 수단을 서둘러 구축하고, 정찰·타격·방어를 아우르는 통합 드론 전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안보에 ‘설마’란 없다. 미군이 실전을 통해 인정한 드론의 위협을 교훈으로 삼아, 물샐틈없는 대비 태세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