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3-07 16:27 수정일 : 2026-03-07 22:57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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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간판만 ‘특별’ 권한은 NO, 한국 지방자치의 착시
Ⅰ. 이름만 특별하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요즘 지방행정의 유행어는 ‘특별’이다. 특별자치도, 특별시, 특례시, 특별연합…. 정치권은 마치 이름에 ‘특별’만 붙이면 지역이 금세 도약할 것처럼 떠든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모두가 특별하면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이름에서 ‘특별’을 모조리 빼버리면 역설적으로 권한과 경쟁력이 진짜 특별한 지역이 나타난다. 이름이 아니라 재정과 행정권이 특별해야 한다. 간판만 번쩍이는 간판 정치가 아니라 내용이 살아있는 지방자치가 필요한 것이다.
Ⅱ. ‘5극 3특’의 본래 취지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이 내세운 ‘5극 3특’ 구상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전국에 다핵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수도권, 충청권, 동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등 5개의 초광역 성장축을 만들고, 제주·강원·전북 등 자치권을 강화한 지역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말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권한도 재정도 따라오지 않는 반쪽짜리 분권이라는 데 있다.
Ⅲ. 대전·충남 통합 논란의 본질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국회에서 보류되자 지역사회는 서로를 탓하며 실망과 안도가 뒤섞였다. 그러나 통합이 되느냐 마느냐가 본질은 아니다. 충청권은 이미 광역 연합이라는 협력 모델을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지역은 행정 통합을 선택하고 있다.
메가시티를 만드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통합이든 연합이든 중요한 것은 실질적 권한과 재정이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돈줄과 권한을 쥐고 있는 구조에서는 통합해도 껍데기만 바뀔 뿐이다.
Ⅳ. 해외 분권의 성공 사례
이 점에서 참고할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각 주가 강력한 재정권과 행정권을 갖고 있으며, 연방 정책 결정에도 직접 참여한다. 특히 독일 연방상원을 통해 각 주 정부가 국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결과 베를린만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바이에른, 바덴뷔르템베르크 등 여러 지역이 동시에 발전하는 다핵 국가 구조가 형성되었다. 지방에 권한을 주자 지역 경제가 살아났고, 국가 경쟁력도 함께 도약했다.
Ⅴ. 한국 지방자치의 구조적 한계
반면 그토록 오래된 한국의 지방자치는 솔직히 말해 ‘자치 흉내’에 가깝다. 지방정부는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할 권한도 없고 재정도 중앙정부 눈치를 봐야 한다. 게다가 국회의원과 단체장 사이에 정당이 서로 다르면 협조는커녕 단체장의 치적이 보기 싫어 예산을 확보하는 일에 비협조적이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발전 전략을 세우기보다 중앙정부 예산 따내기 경쟁에 더 몰두한다. 충청광역연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이유 역시 재정과 자치권의 부족이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다.
Ⅵ. 정치권의 쇼 정치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정치권은 또 다른 쇼 정치를 벌이고 있다. 요즘 민주당을 보면 선거에 이용할 보여주기식 단식에 삭발 퍼포먼스 정치 쇼가 펼쳐진다. 진정 나라와 지역을 위해 싸우겠다면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될 일이다. 숫자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늘 하던 것처럼 ‘강행 처리’라는 전가의 보도(傳家之寶刀)를 꺼내면 될 일 아닌가?
그런데도 굳이 릴레이로 단식퍼포먼스를 하고 머리를 밀고 카메라 앞에 선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는 해결보다 장면을 남기는 기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용과 정책은 뒷전이고 장면만 남는 정치, 국민이 보기에는 슬픈 드라마요 코미디일 뿐이다. 아직도 이런 가짜 정치가 통한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Ⅶ. 진짜 분권으로 가는 길
결국 필요한 것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제도 개혁이다. 진심이라면 총리가 내뱉은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합 지역과 광역연합 지역 모두에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확정되어야 한다.
동시에 지방정부가 산업 정책과 투자 전략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재정 자치권과 행정 자치권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초광역 권역이 교통, 산업, 도시계획, 교육까지 독자적으로 설계하는 수준의 분권 구조가 필요하다.
Ⅷ. 이름이 아니라 권한이 특별해야 한다
‘5극 3특’의 성공 여부는 행정 통합의 성패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권한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 이름에 ‘특별’을 붙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권한이 특별한 지방정부, 재정이 독립된 지역, 스스로 성장하는 초광역 권역이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한다면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밀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 법안을 통과시키는 손을 먼저 들어야 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간판이 아니라 내용이 특별한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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