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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석일 더뉴스라인 기자 논설위원 |
정치인은 표를 의식하고, 경제인은 효율로 계산한다.
포퓰리즘 정치와 경제 쓰나미, 이 단순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국가는 언제든 경제 쓰나미를 맞을 수 있다.
기업인들은 경제를 바라볼 때 ‘효율성’과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비용과 수익, 투자와 생산성, 그리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따진다. 그러나 정치인의 세계는 다르다. 정치인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고 당장의 지지를 얻는 정책을 선택하기 쉽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바로 퍼주기식 포퓰리즘이다.
자연의 질서는 인간의 의지로 막을 수 없다. 봄이 오면 꽃망울이 터지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떨어진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에는 가격이라는 신호가 존재한다. 그 신호가 왜곡되면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에너지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원전을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은 정치적 구호로는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는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과 공급 안정성, 산업 구조, 기술 경쟁력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경제 구조상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OECD 국가 중에서도 GDP 대비 에너지 사용량이 높은 편이며 산업 부문의 소비 비율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충격은 곧바로 국내 경제로 전달된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반응이다. 원유와 가스는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뛰면 주유비와 전기·가스 요금, 식탁 물가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가격을 억누른다고 해서 실제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지불해야 할 비용은 그대로 남는다. 결국 그 부담은 공기업 적자나 국가 재정으로 넘어가거나,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문제는 가격 억제가 반복될 때 나타난다. 에너지가 비싸졌다는 시장의 신호는 원래 소비 절약과 기술 혁신,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은 설비를 교체하고 공정을 개선하며 효율을 높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정부가 광범위하게 가격을 눌러버리면 이런 변화의 동력이 사라진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과 고소득층까지 혜택을 받게 되고, 정작 보호해야 할 취약 계층과는 정책의 목적이 어긋난다.
속담에 “고름이 살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가격을 억누른다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소비 절약과 효율 투자 유인도 함께 사라진다.
정치인은 4년의 임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은 40년의 생존을 생각한다. 이 차이가 바로 정치와 경제의 본질적 차이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해진다. 이는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린다. 결국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경제의 악순환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이유는 중동 변수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 충격을 버텨낼 경제 체질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생을 돕는 핀셋 복지와 전체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불이 난 곳만 집중적으로 끄는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의 진짜 비용을 직면해야 기업과 가계가 스스로 소비를 줄이고 더 효율적인 설비와 산업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 위기 때마다 진통제부터 찾는 경제는 다음 충격에서 더 크게 흔들린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가격 억제가 아니라 체질 개선이다.
경제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한다. 반면 정치는 대중의 지지와 권력 획득이라는 목표를 가진다. 이 두 영역의 논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치적 포퓰리즘은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는 인기 경쟁이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의 계절이 바뀌어도 경제의 봄은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