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공수청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3-19 17:12 수정일 : 2026-03-22 13:47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안전교육원 원장)
 

중수청, 공소청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형사사법 체계는 국가 운영의 뼈대다. 한 번 흔들리면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중대범죄수사청법과 공소청법 처리는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는 생략된 채, 오직 속도만 강조된 입법이었다.

 

민주당은 다시 한 번 다수의 힘을 선택했다. 토론은 있었지만 결론을 바꾸기 위한 토론은 아니었다. 법안은 끝까지 수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허점까지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입법의 완성도보다 처리 시점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이것이 과연 책임 있는 입법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표면적으로는 권한 분산과 견제 강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제도는 구호로 작동하지 않는다. 수사와 기소는 사건의 시작과 끝을 잇는 하나의 흐름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분절하면 책임은 희미해지고 판단은 단절된다. 결국 누구도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권한은 나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혁의 출발점이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제도 개선에 대한 치밀한 설계가 아니라, 특정 기관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적대감이었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감정의 연장선에서 추진될 때, 개혁은 방향을 잃는다. 무엇을 고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겨냥할 것인가가 기준이 되는 순간, 제도는 균형을 잃는다.

 

법안 처리 과정 또한 문제를 드러낸다. 마지막까지 이어진 조문 수정은 입법의 유연함이 아니라 준비 부족의 방증이다. 완성되지 않은 제도를 일단 통과시키고 이후 보완하겠다는 접근은,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형사사법 체계는 시험장이 아니다.

 

권한 분산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권력의 집중을 낳을 가능성도 크다. 견제 없는 권력은 형태만 바뀔 뿐 문제를 반복한다. 개혁은 권력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통제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현장의 준비 역시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특사경이 맡게 될 다양한 영역은 고도의 전문성과 축적된 경험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됐는지에 대한 점검은 부족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한만 확대되면, 그 결과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변화의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수사 지연, 책임 공백, 절차 혼선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제도의 불안정성은 언제나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입법은 기록으로 남는다. 이번 결정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검찰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개혁이었는지, 아니면 형사사법 체계를 정치적으로 흔든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증명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방식이 신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완성도로 평가받는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입법은 순간을 장악할 수는 있어도, 결과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 법치는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그 위에 서야 할 기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박수가 아니라, 멈춰 서서 다시 점검하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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