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때 나는 왜 울었을까?

‘히든 피겨스’와 술자지능

작성일 : 2026-03-21 08:34 수정일 : 2026-03-21 21:2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미국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2017년 작품이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의 흑인 여성 캐서린 존슨,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이자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흑인 여성 최초의 NASA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이 주인공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이 NASA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심지어 공용 커피포트조차 용납되지 않는 노골적 따가운 시선에 점점 지쳐 간다.

 

한편,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게 되고, 해결 방법은 오직 하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 공식을 찾아내는 것뿐인데.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의 소개 글이다.

 

[히든 피겨스]는 인류의 우주 도전 뒤에서 조용히 활약했던 여성 과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관객에게 느끼는 울림이 예사롭지 않다. 이 영화는 단순한 우주 영화가 아니다.

 

키워드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기회는 늘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불공평한 벽을 실력과 끈기, 용기로 넘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므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술자지능(述者之能)은 글이 잘되고 못 되는 것은 쓴 사람의 능력에 달렸음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일이 잘되고 안되는 것은 그 사람의 수단에 달렸음을 뜻한다. 이 영화가 딱 그에 부합된다.

 

이 영화를 보면 양궁난장(良弓難張)이라는 또 다른 사자성어가 가까이 다가온다. ‘좋은 활은 당기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좋은 활도 힘을 들여 당겨야 쓸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것도 그것을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효력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재능이 활화산처럼 넘치건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는 직장 풍토에서 그나마 그녀들을 알아주는 건 직속 부장이었다.

 

결국 도전과 백전불굴의 용기로 자신의 명성과 입지를 다진 흑인 여성들은 영화 [히든 피겨스]가 관객에게 던지는 카타르시스이자 감동의 절정이다.

 

 

우리는 쉬이 학력을 그 사람에 견주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처럼 학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은 여러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개인의 다양한 역량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만든다. 학력은 한 사람의 일부 경험과 지식을 나타낼 뿐, 인성, 창의성, 노력, 협업 능력 같은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할 위험이 크다.

 

이런 편협한 시각은 사람들 사이에 불필요한 비교와 차별을 낳아 정서적 상처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학력 중심의 평가가 지나치면, 사회 전체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공정한 기회 제공이 어렵게 된다. 능력보다 학교나 학위, 출신 배경이 결정적 요인이 될 때, 개인은 자기 발전에 대한 동기를 잃거나 사회 진입 장벽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는 결국 인재의 다양성과 창의적인 역량 발현을 막고, 사회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학력에 따른 평가는 인간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크다.

 

사람을 학력으로만 평가한다면 진정한 신뢰와 우정을 쌓기 어렵고, 편견과 선입견은 관계의 깊이를 방해한다. 학력은 한 개인을 이해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사람의 가치를 결정지을 수 없다.

 

이처럼 학력 위주의 판단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불공정하고 협소한 시각을 강화하여, 궁극적으로는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길은 단지 학력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과 경험, 인격을 함께 바라보는 통합적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절친한 지인이 나의 권유를 좇아 마침내 회심의 역작 신간을 냈다. 출판기념회 준비로 분주한 지인 작가의 모습에서 지난날 나의 불투명했던 삶의 가로등을 보았다.

 

나는 십여 년 전 첫 저서를 낼 때 전국의 출판사에 무려 440번이나 도전했다. 그런데 고작 초졸 출신이 어딜 감히 책을 내?’라는 암묵적 따가운 시선과 편견이 마치 [히든 피겨스] 이상으로 견고했다.

 

그 벽을 가까스로 허물고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책을 내던 날, 참 많이도 울었다. 이제 나를 무시하는 출판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