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사법개혁,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3-22 14:48 수정일 : 2026-03-22 19:28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안전교육원 원장)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사법개혁,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 권한은 쪼개고 책임은 증발하는 개혁

 

중수청과 공소청 분리는 겉으로는 그럴듯하다. “검찰 권한을 나누겠다라는 구호는 언제나 박수를 부른다. 그러나 권한을 나누는 순간 반드시 따라와야 할 것은 책임의 재설계다. 지금 논의는 권한만 쪼개고 책임은 공중으로 날려버리는 구조다.

 

두 기관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핑계 삼는 구조가 만들어질 위험이 크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해체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 수사 따로, 기소 따로정의는 어디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견제가 생긴다는 논리는 교과서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사기관은 우리는 충분히 했다라고 하고, 기소 기관은 증거가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은 두 기관 사이를 떠돌고, 정의는 그 사이에서 지연된다. 정의가 늘어지면, 그것은 이미 정의가 아니다.

 

. 정치권력, 더 가까워지는 기소권

 

검찰 권한을 줄이면 정치적 중립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구조를 잘못 짜면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공소청이 별도 조직이 되는 순간, 인사권과 통제권은 결국 권력의 손길과 가까워진다. 그 결과는 단순하다. 권력에 불편한 사건은 늦어지고, 덜 아픈 방향으로 정리된다. 검찰을 견제하려다 권력의 입김을 더 강하게 만드는 역설이다.

 

. 대형 사건일수록 흐지부지되는 나라

 

경제범죄, 권력형 비리, 조직범죄. 이런 사건은 수사와 기소가 한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인위적으로 끊어놓으면 사건의 맥이 끊긴다. 책임도 쪼개지고, 판단도 분산된다. 결국 큰 사건일수록 결론이 흐려진다. 작은 사건은 처리되지만, 큰 사건은 사라지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미래다.

 

. 개혁의 탈을 쓴 비효율의 확대

 

중수청과 공소청을 따로 만들면 조직도, 예산도, 인력도 두 배로 들어간다. 그런데 성과는 두 배가 아니라 오히려 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일을 더 많은 비용으로 더 느리게 처리하는 구조.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행정의 비대화다. 국민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나쁜 서비스를 받게 된다.

 

. 결국 국민이 느끼는 세 가지

 

복잡한 제도는 몰라도 국민은 결과로 판단한다. 사건이 늦어진다.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다. 권력 사건은 흐지부지된다. 이 세 가지가 반복되면 결론은 하나다. 사법에 대한 신뢰 붕괴다. 신뢰를 잃은 사법은 법치가 아니라 형식에 불과하다.

 

. 누가 이득을 보는가

 

이 구조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누구인가. 책임이 분산될수록 권력은 편해진다. 어느 한 기관이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결국 결단을 피하는 쪽이 유리하다. 반대로 손해를 보는 쪽은 명확하다. 피해자와 국민이다. 사건은 늦어지고, 정의는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 개혁은 방향이 아니라 설계다

 

검찰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다.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협업 구조를 강제하며,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대형 사건에는 통합 대응을 유지해야 한다. 이 네 가지가 빠진 개혁은 실패가 아니라 재앙에 가깝다.

 

. 권한을 나누기 전에 책임부터 묶어라

 

지금의 개혁은 칼을 나누는 데만 집중하고, 그 칼을 누가 어떻게 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권한을 나누는 것은 쉽다. 책임을 묶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은 어려운 쪽을 선택해야 제대로 작동한다. 권한은 쪼개고 책임은 흩어지는 개혁,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혼란의 설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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