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공소 취소, 법치의 붕괴를 부르는가

작성일 : 2026-03-22 23:49 수정일 : 2026-03-23 10:38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권력자의 공소 취소, 법치의 붕괴를 부른다.

 

정치 권력이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순간, 국가는 더 이상 법치국가라 부르기 어렵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소 취소’ 움직임은 단순한 사법 개혁 논의를 넘어, 권력이 법 위에 서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법 제도의 본질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 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정반대다. 입법 권력을 동원해 재판 자체를 무력화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사건의 성격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사법 체계를 정치에 종속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공소 취소가 지닌 성격이다. 공소 취소는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등장하거나, 유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을 때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절차다. 그런데 정치적 판단이나 여론 형성을 통해 이를 밀어붙이려 한다면, 이는 법의 영역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위험한 선례가 된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미 진행된 재판들의 흐름이다. 대장동, 위례, 백현동, 대북 송금 등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반복적으로 범죄 구조와 책임 소재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직접적인 판단이 아니더라도, 일관된 법리 구조는 특정 인물의 책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소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법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와 함께 등장한 ‘법 왜곡죄’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든다. 검사가 의도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경우 처벌하도록 한 이 조항은, 본래 사법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의 공소 취소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공소시효가 10년에 이른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정권은 바뀔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의 시간은 길게 남는다. 당장의 권력에 순응한 선택이 미래의 형사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선 검사들이 쉽게 따르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문제를 넘어선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인가, 아니면 제도적 균형이 유지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권력은 언제나 유혹을 갖지만, 법은 그 유혹을 제어하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권력이 법을 넘어서는 선례가 만들어진다면, 그 순간 피해를 입는 것은 특정 진영이 아니라 국가 전체다. 법이 정치에 종속되는 사회에서 정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원칙이다. 법을 바꾸는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을 지키려는 절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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