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송곳 칼럼]
작성일 : 2026-03-26 11:50 수정일 : 2026-03-26 14:08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낙인찍고 끝내는 사회,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 언론·시민단체·정치권, 집단 폭력의 삼각 카르텔
Ⅰ. 여론이 판결을 대신하는 순간
한 정치인을 향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 사실관계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여론이다. 언론은 속보 경쟁에 몰두하고, 시민단체는 성명을 쏟아내며 피켓 시위부터 시작하고, 상대 정당은 기다렸다는 듯 공세에 나선다. 그 순간 사건은 ‘검증’이 아니라 ‘처벌’이 된다. 법정이 아닌 광장에서 이미 유죄가 선고되는 것이다.
Ⅱ. 사례가 보여준 여론재판의 실체
이 구조의 위험성은 정봉주 전 의원 사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과거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며 언론과 정치권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그는 출마를 포기하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수사 결과, 핵심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입증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법적으로는 책임을 묻지 못하는 사안이었지만, 이미 그의 정치적 생명은 크게 훼손된 뒤였다.
Ⅲ. 법과 여론의 속도 차가 만든 비극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법적 판단과 사회적 처벌의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여론은 하루 만에 사람을 유죄로 만들지만, 사법은 증거를 따져 결론을 내린다. 문제는 그 사이에서 한 개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낙인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판 마녀사냥이다.
Ⅳ. 정치·언론·시민단체의 결합된 증폭 구조
더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는 점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도덕적 명분을 앞세워 여론을 부추기고, 상대 정당은 불온한 시민단체와 결탁하여 이를 공격의 기회로 삼으며, 언론은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이를 증폭시킨다. 이 삼각 구조 속에서 사실은 뒷전으로 밀리고, 분노와 낙인만 확대 재생산된다. 결국 진실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다.
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단적 폭력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체제다. 그러나 다수의 감정이 한 개인을 짓밟는 순간,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집단적 폭력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법과 절차,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여론이 재판을 대신하는 사회라면, 누구든 언제든 같은 방식으로 희생될 수 있다.
Ⅵ. 책임 없는 여론 형성에 대한 법적제재 필요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자정 촉구를 넘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유포해 개인의 명예와 생존을 파괴한 경우, 이에 가담한 시민단체와 그 대표자, 허위·과장 보도를 주도한 언론사 책임자와 기자에 대해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는 입법이 요구된다.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 자유가 타인의 인격과 권리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고의적 허위 확산과 집단적 여론몰이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병행하는 수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Ⅶ. 이성과 책임의 복원
성범죄는 단호히 처벌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은 오직 증거와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의혹은 의혹으로, 사실은 사실로 구분하는 최소한의 이성이 작동해야 한다. 언론은 속도를 절제하고, 시민단체는 책임을 자각하며, 정치권은 사건을 도구화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Ⅷ.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것
진정으로 척결해야 할 것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진실보다 분노가 앞서는 이 위험한 정치 풍토다. 여론이 아닌 법이 판단하고, 감정이 아닌 사실이 기준이 되는 사회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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