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작성일 : 2026-03-27 08:57 수정일 : 2026-03-27 09:0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무례(無禮)는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평소 무례한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오히려 주변에 비토(veto) 세력과 적들만 양산한다. 무례함은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심리학과 조직 행동학의 관점에서 보면, 무례함은 전염병처럼 퍼지며 개인의 인지 능력과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구체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무례함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은 먼저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협' 상태로 돌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용수철처럼 반동의 저항감과 분노의 촉발을 부른다. ‘싸가지 없는 SK’라는 비웃음은 예정된 심리적 정류장이다. ‘싸가지’라는 말은 본래 ‘식물에서 제일 먼저 트이는 잎”을 뜻하는 ‘싹수’의 지역어였다.
‘싹수’와 ‘싸가지’ 모두 ‘식물의 잎”이라는 뜻에서 ‘사람이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가능성’의 비유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싹수가 노랗다’나 ‘싸가지가 없다’ 등의 표현에서 그러한 의미가 나타났다.
‘싸가지’는 ‘싸가지가 없다’나 ‘싸가지가 있다’로 쓰여 ‘사람에 대한 예의 혹은 상황에 대한 분별 능력’을 의미하였다, 그러다가 ‘싸가지가 없다’로 쓰이는 빈도가 월등히 높아지면서 ‘싸가지’ 자체도 ‘예의나 분별력이 없는 사람’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는 ‘재수가 없다’, ‘칠칠하지 못하다’ 등의 표현이 널리 쓰여 ‘재수’나 ‘칠칠하다’가 부정적 의미를 갖게 되는 현상과 같다. 아무튼 무례함은 흉악한 바이러스와 같다.
더 나아가 무례한 사람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은 덩달아 모욕감을 공유할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후유증은 이 무례 신드롬이 직장이나 집단 내에서 허용되고 만연하는 현상의 착근(着根)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시스템 자체가 아예 붕괴하는 원인으로 발전한다. "저 SK를 도와줘 봐야 기분만 잡친다"는 인식까지 확산되어 지식 공유나 협업이 완전히 중단된다.
이러한 사례가 영업장의 경우라고 한다면 평소 무례한 직원은 고객에게도 불친절할 확률이 높다.
예컨대 ‘사지도 않을 거면서 가격은 왜 물어봐?’라고 스스로 고객(손님)을 평가절하하면서 무례 + 퉁명스럽기까지 한다면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 타격으로까지 직결되는 것이다.
방송인 이휘재가 4년 만에 복귀를 앞둔 가운데,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시청자 게시판이 시끄럽다. 그의 출연을 두고 거센 반대 여론에 휩싸인 것이다.
이유인즉 이휘재는 앞서 여러 예능과 시상식에서 동료 연예인을 대하는 태도를 두고 여러 차례 무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의 컴백은 KBS의 관계자가 결정할 문제겠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무례의 부메랑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무례함은 영혼의 결핍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결국 무례함은 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무례를 자행한 당사자 본인이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자산과 평판까지 스스로 깎아 먹는 일종의 자해 행위와도 같다는 사실의 발견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래야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