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아주 조그만 정성

108배의 까닭

작성일 : 2026-03-28 09:04 수정일 : 2026-03-28 10:1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사찰에서 108배를 올리는 것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신체적으로는 상당한 고강도 전신 운동에 해당한다.

 

108배가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신체적, 환경적,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08배는 서고, 꿇고, 엎드리고, 다시 일어나는 동작이 한 세트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하체 근육(허벅지, 종아리)과 기립근, 그리고 복근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특히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젖산이 쌓이게 되고, 중반부를 넘어서면 근육의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도 간과할 수 없다. 바닥에 무릎을 굽혀 앉고 일어나는 동작은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을 무릎 관절에 전달한다. 굴곡 각도가 깊어질수록 무릎의 슬개골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진다.

 

반복적인 굽힘 동작은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에 긴장을 유발하기 쉽다. 머리를 바닥에 대는 고두배동작을 할 때는 몸의 높낮이가 크게 변한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오르내리고 호흡이 가빠지는데, 호흡 조절이 흐트러지면 금세 숨이 차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동작과 호흡이 일치하지 않으면 에너지 소모가 배가 된다. 온도도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습도와 열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경직된 근육 때문에 평소보다 더 큰 체력을 요구한다. ‘108’이라는 숫자가 주는 심리적 중압감도 무시할 수 없다.

 

번뇌를 내려놓기 위한 수행이지만, 숫자를 세는 것에만 급급하거나 빨리 끝내려는 조급함이 생기면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건강하게 108배를 하는 팁으로는 우선 무릎 보호를 위해 두툼한 방석을 사용하는 게 좋다.

 

남의(다른 불자) 속도를 따라가기보다 본인의 체력에 맞춰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 오랜만에 보문산의 사찰을 찾아 부처님 전에 108배를 올렸다. 사랑하는 딸을 위한 이 아버지의 아주 조그만 정성이었다.

 

기운이 달린 관계로 108배를 겨우 마쳤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나는 모처럼 108배를 했음에도 기진맥진인데 평소 108배를 생활화하실 스님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존경심이 보문산 정상까지 듬뿍 덮었다.

 

나는 사실 108배를 특별한 경우에만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아들과 딸이 대입 수능을 보던 날, 딸이 출산을 앞둔 때... 등이다. 힘겹게 108배를 마친 때문이었으리라. 전신이 쑤시고 결리기까지 했음은.

 

그렇지만 어젯밤은 덕분에 모처럼 숙면을 이룰 수 있었다. 믿음의 힘 덕분이었을 것이다. 보문산은 언제 올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