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벌에 쏘이면 죽을 수도
작성일 : 2026-03-29 09:39 수정일 : 2026-03-29 14:0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미국 액션 장르 영화인 비키퍼(The Beekeeper)는 2024년 작품이다.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인 '비키퍼'. 그곳의 전설로 남은 탑티어 에이전트 '애덤 클레이'는 기관의 눈을 피해 자취를 감추고 양봉가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 보이스 피싱 조직으로부터 유일한 친구인 친절한 이웃 아줌마 '엘로이즈'를 잃게 된 그는 피의 복수를 위해 잠재웠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허구이지만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가히 폭발적이다. 미주 한국일보 3월 16일 자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뉴욕주민들의 피해액 규모가 무려 6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국 전국 50개 주에서 네 번째로 큰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를 통틀어 집계하자면 더욱 천문학적인 피해 규모가 성립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말 못된 보이스 피싱 조직에 의한 선량한 시민의 피해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보이스 피싱은 전화, 문자, 메신저 등의 수단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내고 금전을 편취하는 사기 수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해 동안 발생한 보이스 피싱 피해액은 수천억 원에 달하며 피해자 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2022년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약 3,500억 원을 넘었고 피해자 수는 6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막대해 사회적 경각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피해가 큰 이유는 범죄 수법이 대면 접촉 없이도 쉽게 돈이 이체될 수 있는 환경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을 노리는 사기가 많아 사회적 약자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된다. 주변에서 보이스 피싱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음은 이제 통상적 현상으로 고착화된 모양새다.
심지어 보이스 피싱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인 자살 사례는 이 흉악한 범죄의 근절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보이스 피싱 피해자가 자살에 이르는 이유는 경제적 손실과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재산 손실로 인해 생활 기반이 흔들리고, 빚이나 사회적 책임감 때문에 극심한 압박과 절망을 느낀다.
이어, 피해 후의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이다. 보이스 피싱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으로부터 받는 무시나 비난,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리적 고립을 심화시킨다. 다음으로는, 우울증의 심화가 가중된다.
따라서 절망적 상황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받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무기력감과 절망감이 커져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결합하여 보이스 피싱 피해자가 비극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비키퍼(The Beekeeper)는 ‘꿀을 얻기 위하여 벌을 기르는 사람’을 일컫는 양봉가(養蜂家)를 의미한다. 하지만 거대한 보이스 피싱 조직은 결국 천하무적의 그 양봉가로부터 철저한 단죄와 응징을 당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보이스 피싱 조직의 백해무익과 발본색원의 당위(當爲)를 다시금 곱씹었다. 무서운 벌에 쏘이면 죽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