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라
작성일 : 2026-04-09 15:09 수정일 : 2026-04-09 16:3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권불십년'이 시사하는 본질은 권력의 부패와 오만이다. 권력이 집중되면 주변에는 아첨하는 무리가 모인다.
그럼, 권력자는 현실 감각을 잃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어 민심을 잃기 쉽다. 자칫 독재의 길로 일탈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세상의 모든 힘과 영광은 영원할 수 없으며, 결국에는 쇠퇴한다.
따라서 ‘권불십년’은 권력의 유한성과 무상함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표현이다. 이에 버금가는 말이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따라서 권불십년을 이에 대입하자면 권불오년(權不五年)이 된다.
나는 어제 권불일년(權不一年)을 마감했다. 그리곤 새로이 반장으로 취임한 급우를 진정으로 축하해 주었다. 나는 66세였던 작년에 야간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장이 되었다.
이는 지난 50여 년 전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어떤 감투에 대한 욕심이 발아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부반장은 몇 년이나 해 봤지만 반장의 꿈은 결국 이룰 수 없었다. 그게 어떤 한(恨)으로 남았던 탓에 반장에 도전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반장을 해보니 무척 피곤했다. 누구보다 일찍 등교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급우들의 건강 상태 체크, 개인 문제 파악, 하교 때의 문단속 등 산적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몸이 아파서 결석하고 싶어도 책임감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는 날 또한 비일비재했다. 어쨌든 1년 임기의 반장을 그만두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뚫린 듯했다. 베이비 붐 세대인 나는 가정사의 불우함으로 말미암아 중학교라곤 문턱도 넘지 못했다.
쓸데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작년에 주경야독의 야간 중학교에 원서를 냈다. 입학을 하니 나보다 연상인 ‘형님’과 ‘누님’이 급우들이었다. 새삼 공부에 나이는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면학의 끈을 질끈 동여맸다.
물론 돌아서면 금세 망각하는 노인네 특유의 퇴화된 뇌 구조 때문에 공부는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공부를 하면 최소한 치매 예방은 되겠구나 싶어서 매일 오후 4시면 집을 나서 학교에 간다.
얼마 전 주변에선 반장에 이어 전교 총학생회장 선거에도 나가라고 부추겼지만 전혀 내키지 않았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정점에서 내려올 때를 아는 지혜가 추한 몰락을 막아준다는 금언이다. ‘권불일년’을 마친 지금 나는 마음까지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