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이 곧 당선이다…왜 이런 정치 풍토가 만들어졌나
“공천이 곧 당선이다.”
이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처럼 들리는 오늘의 정치 지형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치판은 흔히 한 번 발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한다.
눈앞에 당선이라는 ‘고지’가 보이는데 물러설 후보는 없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지금, 그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유권자들 역시 마음속 선택을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다.
문제는 경쟁의 방향이다.
여야 지지율이 비슷할 때는 후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역 곳곳을 누비며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쪽으로 기울어진 구도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특정 정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경우, 본선 경쟁보다 공천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다. 선거는 ‘국민 선택’이 아니라 ‘당내 선택’으로 축소된다.
최근 여론 흐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지역에서 오랜 기간 반복돼 온 정치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지역 기반 정치 속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한다는 일종의 ‘공식’이 형성된 것이다.
이 구조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는다.
경쟁이 사라진 정치에는 긴장도, 책임도 약해진다. 음식도 편식하면 병이 생기고, 고인 물은 썩듯이, 정치 역시 견제 없는 독점 구조에서는 부패와 무능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정치의 질은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특정 정당만의 책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상대의 약점이 곧 자신의 우위로 이어지는 정치 환경에서 스스로를 혁신하려는 동력은 약해지게 되어있다.
특히 보수 진영의 경우, 내부 갈등과 공천 다툼, 리더십 부재가 유권자 이탈을 가속화시키며 현재의 열세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닌 ‘구도 싸움’으로 전락한다. 그 결과가 바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왜곡된 정치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임을 한쪽에만 돌릴 수는 없다. 우세한 정당 역시 자만에 빠질 경우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공천을 당선 보증수표로 여기는 순간, 정치인은 국민이 아닌 당을 바라보게 된다. 그 피해는 결국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정치는 균형이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할 때, 정책은 다듬어지고 권력은 절제된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어느 한쪽의 독주가 아니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완성된다.
다가오는 6·3 선거는 단순한 자리 경쟁이 아니다.
유권자의 선택이 ‘공천’이 아닌 ‘사람’을 향할 때, 비로소 이 오래된 정치 공식을 깨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의 손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