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이라는 소속감과 검정고시의 간극

그가 떠난 자리는 금세 잊혀졌다

작성일 : 2026-04-15 04:43 수정일 : 2026-04-15 08:2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동문(同門)은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였거나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사람을 의미한다. 검정고시(檢定考試)는 정규 학교를 졸업한 것과 같은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을 말한다.

 

동문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소속감과 검정고시라는 개별적인 분투 사이에는 심리적,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은 단순히 '학교를 다녔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적 기억의 유무와 사회적 시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 간극의 정체와 이를 대하는 의미에 대해 몇 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보았다.

 

공유된 시간의 부재와 '나홀로'의 기억

일반적인 동문회는 같은 교정, 같은 교복, 함께 먹던 급식 등 '공간과 시간의 공유'를 기반으로 한다.

 

간극의 지점: 검정고시 출신에게는 이러한 물리적 공유 공간이 없다. 축제, 소풍, 시험 기간의 고통을 함께 나눈 '우리'라는 서사가 부족하기에, 기성 교육 과정의 동문들이 나누는 추억담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심리적 상태: 소속감은 '함께 있음'에서 오지만, 검정고시 합격은 철저히 '홀로 견뎌냄'의 결과물이다.

 

'성취' 중심 vs '과정' 중심의 네트워크

우리 사회에서 학연은 과정(어느 학교 출신인가)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간극의 지점: 검정고시는 '학력 취득'이라는 결과에 집중된 제도다. 반면 동문 문화는 그 학교에서 보낸 3년의 과정을 자산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검정고시 합격생이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했을 때, '출신 고교'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소속의 뿌리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최근에는 이 간극을 부정적인 결핍이 아닌, '주체적인 선택'으로 재해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간극을 메우는 법: 검정고시 출신들은 스스로를 '학교 밖 청소년' 혹은 '독립군'이라 부르며, 제도권의 틀을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는 자부심으로 결속하기도 한다. 예컨대 특정 학교의 동문은 아니지만,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공통의 서사가 또 다른 형태의 강력한 동질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사자성어로 본 간극의 극복: 도광양회(韜光養晦)와 자강불식(自强不息)

전통적인 동문 문화가 '광채를 발하며 함께 어울리는 것'이라면, 검정고시는 자강불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의 시간과 닮아 있다.

 

결국 동문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락함은 부족할지라도, 홀로 서는 법을 배운 이들에게는 그 간극을 뛰어넘는 내면의 단단함이 생긴다. 학교라는 문()은 다르지만, 인생이라는 더 큰 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인생의 동문'일 수 있다.

 

동문회가 주는 '우리'라는 안도감이 부러울 때도 있겠지만, 제도권의 울타리 밖에서 스스로 길을 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선 또한 분명히 존재하는 게 세상사의 일면이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출제한 중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를 풀어봤다.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급우 한 명이 얼마 전 검정고시 합격을 이유로 교정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떠난 자리는 금세 잊혀졌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동문으로의 존속이냐 검정고시로 중도 이탈이냐의 어떤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