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의 천자칼럼] 늑구야 고맙다! 잘 버텨줘서

늑구는 일개 늑대가 아니라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만 하는 당위의 반려동물이었다

작성일 : 2026-04-17 06:15 수정일 : 2026-04-17 10:0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 AI 생성 허위 이미지로 드러났던 늑구 탈출 당시의 언론 보도사진

 

늑구야 안녕? 나는 너랑 주거지가 같은 대전 시민이야. 네가 대전 오월드(동물원)를 달아나면서부터 너는 일약 전국적 유명 인사로 떠올랐지. 물론 너는 이러한 저간의 세속 형편을 알 리 없었을 거야.

 

너는 사람이 아닌 관계로 우리 인간들의 말뜻도 형편도 전혀 알 리 없었을 테니까. 어쨌든 네가 오월드에서 탈출했다지만 종국엔 동물원 인근을 여전히 배회하다가 우리 수색 당국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는 뉴스에 여간 반갑지 않았단다!

 

네가 종적을 감춘 지난 열흘간 나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국민도 모두 한마음으로 너의 무사 생환을 빌고 또 빌었다는 것을 물론 너는 잘 몰랐을 거야.

 

하지만 네가 오월드를 벗어나면서부터 경험한 거친 풍찬노숙(風餐露宿)과 함께 고통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생과 사의 기로에서 고민했을 나날의 점철은 과연 뉘라서 그 실상을 알 수 있을까 싶구나.

 

그럼, 왜 너는 일개 늑대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 바라는,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야만 하는 당위의 반려동물 격으로 그 위상이 급상승했던 것일까? 나는 이를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불운함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입장이야.

 

▶ 늑구가 살았던, 다시 거주할 동물원 ‘대전 오월드’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라는 무시무시한 야수(野獸)적 동물들 등쌀에 여전히 노심초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민족이란다. 따라서 동물원 탈출 후의 늑구 너처럼 어쩌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절박한 처지(였다)라고도 볼 수 있지.

 

돌이켜보건대 일제의 강제 합방 이후 가까스로 맞은 1945년 한반도의 해방은 그 전쟁의 승자였던 강대국에 의해 즉흥적으로 그어진 인위적인 38선이 그만 불씨가 된 셈이었단다.

 

우리의 바람과 의사와는 사뭇 딴판으로 그어진 그 38선은 지금도 남과 북을 단절하고, 결국엔 북의 핵을 머리에 얹고 살아야 하는 비참하고 절박한 상황까지 맞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이었지.

 

이러한 복잡다단한 심경들이 겹치면서 끝내 우리 국민은 늑구 너를 일개 늑대가 아니라 그동안 주거(住居)를 함께 해온 살가운 반려동물 그 이상으로 아꼈던 것이라고 생각되더구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무리 힘들고 괴로울지언정 내 집만큼 편하고 위안이 되는 곳은 또 없단다. 네가출한 뒤 너의 엄마와 아빠는 그 얼마나 노심초사(勞心焦思)했을까!

 

늑구, 너의 건강한 생환을 거듭 반가이 환영한다! 늑구야 고맙다! 잘 버텨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