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보은 코드인사

작성일 : 2026-04-23 05:42 수정일 : 2026-04-23 07:05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전문성·공정성 외면한 문화예술계 보은 인사

 

이재명정부의 문화예술계 보은 인사논란이 커지고 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의 기준과 원칙을 공개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직접 나선 건 최근 현 정부가 대선 후보나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인연을 맺은 인사들을 잇달아 발탁하고 있어서다. 현 정부의 정치적 우군인 진보단체 성향 단체까지 집단성명을 발표한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정부마다 낙하산·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허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은 인사에 대한 우려는 이재명 변호인 대장동 변호사들의 청와대 입성및 유엔대사 임명등,자칭 뼛속까지 이재명인 배우 이원종 씨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지원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면접 심사에서 후보 전원이 탈락해 없던 일이 됐지만 문화계가 받은 충격은 컸다. 이후 이재명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모델 출신 배우 장동직 씨와 코미디언 서승만 씨가 유서 깊은 국립정동극장 이사장과 대표이사에 임명되자 문화계가 끓기 시작했다. 정동극장 대표는 스타 공연기획자인 홍사종, 국립발레단 단장을 지낸 최태지같이 내로라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맡아 온 자리다.

 

문화예술단체 65개와 개인 794명은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전문성 없는 인사는 예술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파행 인사의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인사가 전문성보다 인지도, 역량보다 권력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강호동이나 서장훈을 앉히는 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행사를 제안한 단체는 진보 성향의 문화연대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비서관이다.

 

문화예술계 보은 및 코드 인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의 힘을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예술계의 취약성이 빚어낸 나쁜 관행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고, 코드가 맞는 단체에 지원이 몰린다는 잡음이 나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이런 풍토에서 빚어진 것이다. 정치가 예술을 지배하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북한처럼 선전이 된다. 문화 선진국들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다.

문화계가 정치적 색채로 물들고 내부 갈등으로 인한 편 가르기가 횡행할까 걱정이다. 평생 현장을 지킨 전문가들의 상실감은 어찌할 텐가. 문화계가 코드인사로 물들면 K컬처의 발전은 요원해진다. 능력과 자질에 입각한 인사의 대원칙부터 바로 세우지 않으면 ‘K컬처 300조원 시대는 언감생심이다.

예술을 정치의 놀이터로 만들지 말라는 일침을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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