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4-25 11:40 수정일 : 2026-04-25 11:49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gmy8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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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숫자는 이미 시장 당선이 됐다.
- 현직은 아직 시작도 안 했고, 유권자는 미동이 없는데
I. 숫자는 겉모습의 일부일 뿐
숫자는 객관성을 가장한 참고 도구다. 대전시장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허태정 후보가 이장우 시장을 앞선다는 결과가 이어지면서 ‘이미 끝난 선거’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결과의 일부일 뿐 전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숫자는 민심의 단면을 보여줄 뿐, 그 민심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디로 움직일지는 담아내지 못한다. 선거는 숫자로 출발하지만 결국 유권자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II. 조작과 프레이밍의 경계
여론조사 결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조작’과 ‘프레이밍’을 혼동하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특정 후보 측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조작은 불법이며 명백한 범죄지만, 유리한 조사만 선택적으로 홍보하고 격차를 강조하는 것은 전략적 프레이밍이다.
이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부동층을 흡수하며 상대 진영의 투표 의지를 약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정치적 심리전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들이 숫자를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분위기’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III. 질문지와 표본의 함정
여론조사의 본질적인 한계는 질문 설계와 표본 구성에 있다. 같은 지역, 같은 시점이라도 질문 문항이 ‘누가 더 잘할 것 같습니까’인지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전자는 기대를 묻고 후자는 행동을 묻는다.
또한 나이, 지역, 정치 성향별 응답 비율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결과는 왜곡된다. 조사 방식 역시 중요하다. ARS는 비교적 솔직한 응답을 유도하지만, 전화 면접은 사회적 눈치를 반영한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세한 차이가 실제 선거에서는 결정적인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IV. 격차보다 중요한 부동층
현재 수치만 보면 선두 후보의 우세가 뚜렷해 보이지만, 선거 분석에서 더 중요한 변수는 부동층이다. 아직 선택을 유보한 유권자가 많다는 것은 판세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다. 확정 지지층만 놓고 보면 압도적 격차처럼 보이지만, 부동층을 포함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특히 선거 막판에는 이 부동층이 집중적으로 움직이며 결과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고정된 지지율이 아니라 변화 가능성이다.
V. 대세론의 실체, 실력인가 바람인가?
설사 허태정 후보의 현재 우세를 인정하더라도, 그 원인이 개인 경쟁력인지 정치적 환경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권 초반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도가 상승하면 지방 후보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금의 지지율이 후보 개인의 역량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흐름에 따른 ‘바람’인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행정 성과, 정책 실행 능력, 도덕성, 위기 대응력 등 실질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진짜 경쟁력이 드러난다.
VI. 숫자에 취한 정치의 위험
정치권이 반복적으로 빠지는 함정은 ‘여론조사 수치 = 승리’라는 단순한 등식이다. 그러나 선거는 여론조사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직에 있을 때 성과와 추진력, 실제 투표율, 조직력, 후보 검증 과정, 돌발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오늘의 큰 격차가 내일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이유다. 과거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우세가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는 적지 않다. 숫자는 참고 자료일 뿐, 결론이 아니다. 당장 지난 선거에서도 이장우 후보는 15%에서 출발하여 승리를 거머쥐었다.
VII. 유권자의 판단이 결론이다.
대전시장 선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허태정 후보의 우세가 사실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압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공정하게 측정됐는지다. 유권자는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해야 하며,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를 읽어야 한다.
결국 선거는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판단의 싸움이다. 여론조사는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최종적인 선택은 언제나 유권자의 몫이며, 숫자에 취한 정치가 아니라, 숫자를 넘어선 판단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