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4-30 16:28 수정일 : 2026-04-30 22:17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통일부장관이 맞는가
통일부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그 약칭인 ‘조선’으로 호칭하는 문제에 대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언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평화공존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 북한인가 조선인가’란 주제의 특별학술회의가 열렸다. 한국정치학회 주최였는데, 실은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통일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행사라고 한다.
앞서 정동영 장관이 다른 학술회의에서 ‘남북관계’ 대신 ‘한조관계’라 발언하는 등 호칭 변경의 화두를 던졌고, 이에 대한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의 장으로 삼겠다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말은 공론화인데, 막상 발제자 두 사람의 발표는 찬반 양론이 아니라 모두 호칭 변경에 문제가 없다거나 필요하다는 긍정론 일색이다. 공론화란 이름을 빌려 긍정론을 전파해 세력을 불리고 결국은 굳어지게 만들려는 빌드업의 과정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2국가론 앞에는 반드시 ‘적대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우리가 조선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때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남북간 회의나 모임에선 서로 ‘남측’ ‘북측’이라 부르며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과거의 호시절을 추억하느라 냉철한 현실에 눈을 감을 순 없다. 다 떠나서, 왜 하필 지금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이 2국가론을 들고 나오기 전에 먼저 우리 통일부가 호칭변경론을 꺼냈다면 북한 입장을 추종하는 것이란 오해를 사진 않을 것이다.
이번 통일부의 공론화를 두고선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조율을 거친 것인지부터 의문을 갖게 한다. 통일부는 “헌법적 질서, 남북 관계 특수성, 국내 법제와 국제 관행, 국민적 공감대를 종합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북 호칭 변경을 위한 정지 작업이란 시각이 많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조선’ ‘한-조 관계’ 같은 표현을 사용해 왔다. 그간 정 장관의 독단적 언사로 인한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번엔 아예 개인 프로젝트를 정부 정책화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호칭 변경은 북한이 2023년부터 우리를 ‘대한민국’이라 부르고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 구체화한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한 우리 헌법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되어있고 우리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로 명기한다. 이어지는 헌법 4조는 자유민주질서에 기반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남북총리회담을 거쳐 1992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명시하고 있고, 이 표현은 현행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그대로 인용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나라’가 ‘국가’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조항은 진보 정권 때 몇 차례 열렸던 남북 정상회담이나 총리 회담의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도 금과옥조로 여겨졌다. 요컨대 위헌 소지를 차치하더라도 북한 호칭 변경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35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남북관계의 원칙과 근간을 흔드는 것이란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이처럼 근본적 의문과 불필요한 논란이 꼬리를 무는 사안이니 국내적 갈등과 분란을 낳을 소지도 크다.
통일부 장관에게 묻고싶다.정녕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인민을 위하는 인민의 공화국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