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죄 지우기를 시도하는 어리석은 정치

[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5-01 12:37 수정일 : 2026-05-01 13:44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gmy8888@naver.com)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불가능한 죄 지우기를 시도하는 어리석은 정치

 

. 지우개 정치의 발상

 

죄는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다. 재판정에 들어가면 판결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예 재판장 문을 없애버리면 된다는 발상. 요즘 정치판을 보면 법치주의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싶다.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죄의 유무는 법정에서 가려야 하는데, 법정에 가기 전에 공소부터 접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시험 성적이 걱정되니 시험을 없애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상식을 밀어내는 권력의 방식

 

검사가 공소를 유지하면 법원이 판단하면 된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상식이 불편하면 제도를 바꾸고, 사람이 거슬리면 사람을 바꾸겠다는 식이라면 문제는 전혀 다르다. 박상용 검사가 공소 취소를 거부하자 특검에 그 권한을 넘기고, 그 특검을 자신이 임명하겠다는 발상은 실로 기발하다. 도둑이 CCTV 화질이 선명하다며 직접 보안업체 사장을 뽑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 특검의 본질과 왜곡

 

특검은 원래 권력을 감시하라고 만든 칼이다. 그런데 그 칼자루를 수사 대상자가 직접 쥐겠다고 하면 그 순간 특검은 메스가 아니라 소품용 플라스틱 칼이 된다. 보기에는 번쩍거리지만, 정작 진실은 한 겹도 벗기지 못한다.

 

. 룰을 찢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법치주의란 내 편일 때만 필요한 장식품이 아니다. 불리할 때도 받아들이는 것이 법치다. 축구 경기에서 지고 있다고 심판을 바꾸고, 골대 위치를 옮기고, VAR 기계를 꺼버리면 그건 경기가 아니라 난장판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룰이 불리하다고 룰북을 찢어버리면 민주주의는 곧바로 사유물이 된다. 솔직히 군부 시절에도 이렇게 까지 못했다.

 

. ‘정의라는 포장, ‘면책이라는 내용물

 

더 우스운 건 이런 일이 늘 정의라는 포장지에 싸여 나온다는 점이다. 포장지는 정의인데 내용물은 면책이다. 이름은 개혁인데 방향은 후진이다. 국민 눈에는 다 보이는데, 본인들만 안 보이는 척하는 것이다. 실로 뻔뻔함의 극치다.

 

. 민심이라는 최종 재판

 

정치는 기억보다 기록이 오래 남고, 기록보다 투표가 더 무섭다. 법정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민심의 법정은 피할 수 없다. 유권자의 한 표는 지우개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의 책임을 또렷하게 써 내려가는 붓이다.

 

. 권력의 높이를 재는 방법

 

죄는 공소 취소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권한으로 덮이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려 할 때, 국민은 투표로 그 권력의 높이를 재조정한다. 민주주의의 계산법은 단순하다.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자에게 돌아가는 답은 결국 국민의 엄중한 심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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