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의 허준조차 지하에서 통곡할 일

선거 앞두고 표에 악재가 될까 두렵기 때문

작성일 : 2026-05-05 07:47 수정일 : 2026-05-05 08:4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정부는 왜 입을 닫고 있는가?

아기 하나조차 제대로 낳을 수 없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

올바르고 정의로운 정부를 만나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도 고무적이고 환영할 일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이는 조선 시대에, 의관(醫官)인 허준이 선조의 명에 따라 편찬한 의서(醫書)이다.

 

선조 29(1596)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의서를 모아 엮어 광해군 2(1610)에 완성한 것으로, 임상 의학적 방법에 따라 내ㆍ외과 따위의 전문 과별로 나누어 각 병마다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동양에서 가장 우수한 의학서의 하나로 평가되며, 탕약편(湯藥篇)에는 수백 종의 향약명(鄕藥名)이 한글로 적혀 있다. 광해군 5(1613)에 간행하였다. 그리고 2009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은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당대 최고 지식인들과의 교류 속에서 학문과 사상을 확장해 나간 인물이다. 특히 유희춘, 류성룡과의 만남은 그의 삶과 업적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허준이 전라도 지역에서 돈도 받지 않고 군색한 백성들을 병마에서 구해주고 있다는 소문에 당시 전라도 관찰사였던 유희춘(柳希春)이 허준을 데려오라 명했다. 첫눈에도 비범했던 허준은 관찰사의 고질병이었던 종기를 단숨에 치료해 주면서 돈독한 신임을 쌓았다.

 

 

이에 감동한 유희춘은 당대의 실력자였던 류성룡(柳成龍)에게 허준을 소개한다. 다 알다시피 훗날 징비록을 저술한 류성룡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군관인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전라 좌수사로 임명하도록 하였다.

 

덕분에 조선은 자칫 일본 또는 명나라(중국)의 속국이 될 수도 있었을 비극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정부의 수뇌부가 어떠한 애국심을 지녔는가에 대하여 새삼 고찰할 당위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허준은 훗날 광해군의 지병까지 치료해 주는 명불허전의 의원(현재로 치면 의사)으로 부상한다. 그러나 그는 류성룡과 광해군의 거듭되는 붙잡음까지 사양하고 칩거하며 대망의 [동의보감]을 완성한다.

 

이 부분에서 인재와 만남의 유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최근 청주의 한 산모가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비극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진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 주었다. 여전히 저출생 극복을 외치면서도 하지만 정작 임산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스템이 이처럼 불안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럼에도 정부는 일언반구(一言半句)조차 없다. 6.3 선거를 앞두고 표에 악재가 될까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 하나조차 제대로 낳을 수 없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 개탄을 넘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허준이 유희춘. 류성룡과의 만남이 유의미했듯 올바르고 정의로운 정부를 만나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도 고무적이고 환영할 일이다. 동의보감의 주인공 허준조차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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