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개헌,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급한 개헌, 드러난 권력의 속내

[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5-07 01:26 수정일 : 2026-05-07 07:40 작성자 : 고무열 논설위원 (gmy8888@naver.com)

  고무열 (주)GMY Corporation 대표이사

 

지금의 개헌,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급한 개헌, 드러난 권력의 속내

 

. 헌법은 번갯불에 고칠 물건이 아니다

 

오래 묵은 개헌의 필요성은 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내용과 시기가 중요하다. 정치가 급하다고 헌법까지 급할 이유는 없다. ‘부분 개헌이라는 이름으로 본회의 처리를 서두르는 시도는 겉으로는 현실적 타협처럼 보이지만, 헌법을 정치 일정에 맞춰 다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 헌법은 권력의 구조와 국민의 자유를 규정하는 국가의 최후 기준이지, 상황에 따라 나눠 고칠 수 있는 일반 법률이 아니다.

 

. 부분 개헌이라는 이름의 쪼개기 정치

 

개헌의 본질은 전체 체계의 정합성이다.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분권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일부만 떼어 고치겠다는 것은 건물의 기둥을 손보면서 전체 안전은 점검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결국 부분 개헌은 합의 가능한 것이 아니라 유리한 것만 먼저 고치는 정치적 편집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 헌법 전문은 역사박물관이 아니다.

 

특정 역사적 사건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으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 헌법은 특정 시대의 해석을 고정하는 문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공유할 보편 원칙을 담는 그릇이다. 역사 인식은 학문과 사회적 논의의 영역이지, 헌법에 새겨 정권마다 덧칠할 대상이 아니다.

 

. 계엄 통제와 계엄 무력화는 다르다.

 

계엄권은 비상 상황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한 긴급 권한이다. 남용을 막는 통제는 필요하지만, 발동 자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면 그것은 견제가 아니라 기능 제거다. 비상 권력은 남용도 위험하지만, 부재 또한 위험하다. 헌법은 이 균형을 지켜야 한다.

 

. 정작 고쳐야 할 것은 왜 빠졌는가?

 

개헌은 국민 다수가 공감할 핵심 과제부터 다뤄야 한다. 대통령의 형사재판 진행 문제, 권력자의 사법 회피 방지, 공소권 남용 통제 등 권력 견제 장치가 우선이다. 이런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상징적 조항만 손대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 왜 지금인가, 왜 이렇게 급한가?

 

정치는 타이밍이 메시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개헌 프레임은 다른 정치 이슈를 덮고 정국 주도권을 쥐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급한 개헌에는 대개 정치적 이유가 앞선다.

 

. 헌법은 정권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울타리다.

 

헌법은 권력을 보호하는 장치가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는 울타리다. 이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서둘러 손보는 것은 국가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헌법은 백년대계다. 선거용 도구가 아니라, 신중과 합의 속에서 다뤄야 할 국가의 엄중하고 무거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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