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사법·행정이 서로를 견제하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작성일 : 2026-05-09 22:36 수정일 : 2026-05-09 23:56 작성자 : 정규영 논설위원 (rebook@hanmail.net)

삼권분립의 붕괴, 헌법 위에 선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은 단순하다. 입법·사법·행정이 서로를 견제하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삼권분립이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의 권력 구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권력이 헌법 위에 서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 정치 속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공포·시행된 이른바 ‘사법 3법’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
다. 법 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으로 구성된 사법 개편은 단순한 제도 변화 차
원을 넘어 대한민국 헌법 체계 자체를 흔드는 문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재판소원제는 사실상 ‘4심제’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까지 다시 심사하게 된다면, 헌법상 최종심 기관인 대법원의
권한과 위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사법 체계의 안정성과 법적 확정
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법관 증원이다.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이과정에서 대통령
이 22명을 임명하게 되는 구조는 결국 행정부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그 균형이 무너지면 국민은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받기 어려워진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작 기소 특검법’은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기소된 사건을 특검이 수사하는 것 자체도 논쟁적인데, 여기에 ‘공소 취소’ 권한까지 부
여했다는 점에서 원로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검은 원래 권력형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재판 중인 사건
을 특검이 뒤집고 공소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면,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을 침해하는 것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그 특검 임명권이 이해관계와 연결될 경우 국민은 사법
정의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은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 원칙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권력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져서도 안 된다. 법은 특정 진영의 무기
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보호막이어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단 하나다.
“새 헌법을 만들기 전에, 지금의 헌법은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헌법은 권력 확대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기존 헌법 질서
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헌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견제 장치가 하나씩 약화되고, 법의 공정성이
흔들리며, 권력이 사법 위에 서기 시작할 때 서서히 붕괴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아니다. 헌법 정신에 대한 존중이다.
삼권분립은 선택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생명선이다. 그 선이 무너지는 순간, 피해를
입는 것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결국 국민 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