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낸다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씨 덩달아 출간하는 것
작성일 : 2026-05-11 14:37 수정일 : 2026-05-11 14:5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평소 마치 황소처럼 일만 하는 지인이 있다. 밤늦게까지 생업에 종사하느라 모처럼 통화를 하려 해도 연결이 힘들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어렵사리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이런 조크부터 던졌을까.
“얼마나 바쁘시길래 통화 한번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대전 돈은 다 버시나 봐요?” 지인의 박장대소가 터졌음은 물론이다. 지인의 부지런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말에는 서울까지 가서 공부하고 밤 열 시는 되어야 귀가한다고 했다.
이렇게 바쁜 사람이 드디어 얼마 전에는 책까지 발간했다. 생애 첫 저서다. 막역한 관계였기에 그 지인의 출판기념회 때는 자청하여 내가 사회자로 나섰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책을 낸다는 것은 저자의 아름다운 마음씨까지를 덩달아 출간하는 것이다.
책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나 지식의 전달체가 아니라, 결국 그 글을 쓴 사람의 인격과 영혼이 스며든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면 테크닉은 수려하게 다듬을 수 있지만, 그 문장 사이사이에 흐르는 다정함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꾸며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저자의 선한 의도와 아름다운 마음씨는 결국 행간을 통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독자는 책을 통해 지식만 얻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까지를 배울 수 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드는 이유 또한 바로 그 책 속에 담긴 저자의 맑은 심성이 읽는 이의 마음과 공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은 저자가 세상을 향해 건네는 가장 정중하고 아름다운 인사와 같다."라는 말은 분명 타당한 측면이 농후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에는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공존한다.
아무리 부자일지언정 성정이 괴팍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 반면 빈자일망정 예의가 바르고 콩 한 쪽이라도 나누는 사람은 훗날 정치를 해도 단박 성공한다.
화려한 꽃도 결국 시들 듯, 형태에만 집착하는 아름다움은 공허함을 남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적인 아름다움은 타인을 향한 배려와 함께 고난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단단한 자존감, 지혜로운 통찰력, 그리고 진실한 성품이 결국엔 상대방까지 감동하게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지인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