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은 영원한 것 없다

보문산 찬가

작성일 : 2026-05-12 05:04 수정일 : 2026-05-12 08:5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대전시 중구 대사동을 아우르는 보문산(寶文山)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회색 도시 대전에서, 보문산은 단순한 뒷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전의 남쪽을 병풍처럼 감싸안은 보문산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 우리가 인간답게 숨 쉴 수 있는 틈을 열어주는 도심 속 허파이자, 대대손손 이어온 자연의 축복이다.

 

보문산은 예부터 보물이 묻혀 있는 산이라는 설화가 깃들어 있다. 과거에는 금은보화를 뜻했을지 모르나, 오늘날 우리에게 보문산이 주는 진짜 보물은 맑은 공기와 푸른 녹음이다.

 

대전 시민들에게 보문산은 유년 시절의 소풍 장소이자, 부모님의 손을 잡고 걷던 산책로이며, 고단한 하루를 마친 뒤 마주하는 안식처().

 

화려하지는 않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포용력이 보문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얼마 전 학우(學友)들과 보문산을 찾았다.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을 마친 보문산 큰나무 전망대에 오르니 대전 시내가 순식간에 부복(俯伏)하면서 오랜만이라며 반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가 지척에 보이는가 하면, 왼쪽으로는 대전역 쌍둥이 빌딩이 교통도시 대전의 위상을 새삼 뽐내고 있었다.

 

 

보문산은 지금도 여전히 치유와 소통의 장이다. 사계절마다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보문산의 풍경은 팔색조(八色鳥)처럼 아름다운 예술이다.

 

봄에는 화사한 벚꽃길이 상춘객을 맞이하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내어준다.

 

가을에는 오색 단풍이 등산객의 마음을 물들이는가 하면, 겨울엔 정갈한 설경이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러한 보물, 아니 보문산에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땀을 씻어내며 건강을 챙긴다. 또한 나란히 걷는 이와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며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허공으로 내던진다.

 

삭막한 아파트 숲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정서적 유대감까지 보문산의 구불구불한 산책로 위에서는 푸른 새싹의 의지처럼 싹튼다.

 

그런데 보문산처럼 자연이 준 축복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보문산을 사랑하는 내 가족처럼 아끼고 보존할 때 비로소 그 축복은 다음 세대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