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학교의 전설

자식은 부모의 인생에 찾아온 가장 눈부신 선물

작성일 : 2026-05-13 12:22 수정일 : 2026-05-13 13:0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 딸이 졸업한 00 중학교, 오늘 이 주변을 걷던 중 촬영했다

 

부모라는 이름을 얻은 그날부터 부모의 시계는 오로지 자식의 내일을 향해 흐르기 시작한다. 내 몸을 통과해 세상에 나온 생명이지만, 어느 순간 나보다 훨씬 커버린 꿈을 안고 앞서 나가는 뒷모습을 볼 때 부모는 형언할 수 없는 경외감과 마주하곤 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딸아이가 교복을 처음 입던 날의 풋풋함이 여전히 선명하다. 00중학교 교정을 누비던 그 아이는 참으로 지독할 만큼 성실했다.

 

전교 1등이라는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흐트러짐 없던 모습은 아빠인 나에게조차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밤늦게까지 켜진 방 안의 스탠드 불빛은 단순한 공부의 흔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한 인간의 치열한 선언과도 같았다.

 

그 성실함의 끝에서 아이는 마침내 유일무이하게 서울대학교 합격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합격 통보를 확인하던 순간의 정적, 그리고 이어진 벅찬 환희는 평생 잊지 못할 훈장과도 같다.

 

하지만 당시 내가 느낀 기쁨은 단순히 '최고 학벌'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허영심이 아니었다. 내 자식이 뿌린 땀방울이 배신당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문을 스스로 열어젖혔다는 대견함이 뒤섞인 뜨거운 감동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이 잘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이는 결코 부모의 대리 만족이나 보상 심리가 아니다.

 

험난한 세상이라는 바다에 내놓은 내 아이가 거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항로를 찾아 순항하기를 바라는 본능적인 염원이다. 자식이 성취를 거둘 때 부모는 비로소 자신이 걸어온 고단한 삶의 여정을 위로받으며, '그래도 참 잘 살았구나'라는 안도 섞인 확신을 얻게 된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자식은 부모의 인생에 찾아온 가장 눈부신 선물이다. 따라서 자식이 잘되는 소식은 부모의 굽은 등을 펴게 하고, 남은 생을 살아갈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오늘도 이 땅의 모든 부모는 자식의 이름이라는 등불을 켜고 밤길을 밝힌다.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기꺼이 자신의 기름을 채워 넣으면서.

 

아무튼 이제는 알게 되었다. 자식의 성공이 부모의 몫이 아니듯, 그 기쁨 또한 오롯이 아이의 것이라는 사실을. 부모는 그저 아이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든든한 대지가 되어줄 따름이다.

 

아이가 전교 1등을 할 때도, 서울대에 합격해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도 내 한 일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뿐이었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이룬 그 찬란한 성취는 네가 흘린 노력과 인내의 결실이었음을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한 번도 천박한 현실을 타박하지 않았던 착한 네 마음씨까지 고스란히 기억한단다.

 

끝으로, 아빠로서 나는 네가 높은 곳에 있어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네가 꿈꾸는 곳을 향해 주저 없이 나아가는 그 용기가 자랑스러웠단다. 사랑한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