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과 교권 추락의 패러독스

답답한 한국 교실의 단면

작성일 : 2026-05-14 05:45 수정일 : 2026-05-14 05:5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학교에 가니 스승의 날을 맞아 작은 이벤트가 있었다. 조촐한 케이크와 다육식물을 준비한 반장이 담임선생님께 이를 선물했다. 우리는 스승의 은혜를 합창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매년 5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때가 되면 학교에는 카네이션과 감사의 말이 오간다. 스승의 날은 누군가의 성장을 위해 묵묵히 애써 온 교사의 노고를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날이다.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 자신을 옳게 붙잡아 주었던 선생님 한 분쯤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따뜻한 기념일을 떠올릴수록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이 함께 따라온다.

 

교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언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권위와 전문성은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스승의 날과 교권 추락이 공존하는 오늘날의 패러독스가 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하는 징검다리에 소풍과 수학여행이 우뚝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마저 소멸되는 듯한 분위기다.

 

학부모의 학교를 상대로 한 민원이 급증하면서 생긴 씁쓸한 후과다. 자칫 발생할 수 있을 안전사고와 관리 책임 걱정 때문에 빚어진 답답한 한국 교실의 단면이다. 이뿐만 아니다.

 

학생에게 우유를 늦게 줬다는 이유로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가 하면, 지각한 학생을 나무랐더니 정서학대혐의로 신고한 학부모는 또 뭔가?

 

영화 <친구>에서 신인 배우 김광규는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명대사 하나로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는 물론 과거의 교권이 때로는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투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늘날의 학교는 배움의 공동체이기보다 성과를 제공하는 서비스 기관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학부모는 교육 소비자가 되고, 교사는 전문적 판단을 존중받는 교육자가 아니라 요구를 즉각 처리해야 하는 민원 담당자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여기에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과도한 경쟁, 학교폭력과 생활지도 문제를 둘러싼 불신이 더해지면서 교실은 점점 예민한 공간이 되었다.

 

감사와 존경의 상징인 스승의 날이 오히려 형식적인 행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스승의 날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하루의 감사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가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정당한 생활지도가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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