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기꾼’이다
작성일 : 2026-05-14 11:11 수정일 : 2026-05-15 05:47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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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조선일보에서 우수 독자에게 보내온 책 |
‘꾼’은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씨름꾼’, ‘사냥꾼’처럼 전문가가 돋보인다. 그렇지만 부정적 표현으로 회자되는 ‘꾼’들이 훨씬 많다. 이들을 모아본다.
-사기꾼: 거짓말이나 속임수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사람
-협잡꾼: 뒤에서 교활한 수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
-사칭꾼: 남의 이름, 직함, 신분을 사칭하는 사람
-도박꾼: 도박을 일삼는 사람
-노름꾼: 노름을 즐기고 거기에 빠진 사람
-한탕꾼: 큰돈을 단번에 챙기려는 사람
-투기꾼: 시세차익만 노리고 시장을 흔드는 사람
-도둑꾼: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
-강도꾼: 폭력이나 협박으로 빼앗는 사람
-빈집털이꾼: 남의 집을 터는 사람
-갈취꾼: 협박하거나 압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람
-장물꾼: 훔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
-뜯어먹는꾼: 남에게 빌붙어 계속 이득을 챙기는 사람
-기생꾼: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붙어 사는 사람
-착취꾼: 남의 노동이나 처지를 이용해 이득을 얻는 사람
-등골빼먹는꾼: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심하게 착취하는 사람
-입만 산꾼: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
-시비꾼: 자주 시비를 거는 사람
-주정꾼: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
-난봉꾼: 행실이 방탕한 사람
-모략꾼: 남을 해치기 위해 모략을 꾸미는 사람
-이간질꾼: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사람
-선동꾼: 감정을 자극해 군중을 부추기는 사람
-중상모략꾼: 거짓 비난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
-권모술수꾼: 꾀와 술수에 능한 사람
-농땡이꾼: 일을 게을리하고 빠지는 사람
-빈둥꾼: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
-날로먹는꾼: 노력 없이 성과만 챙기려는 사람
-무임승차꾼: 공동의 노력에는 기여하지 않고 이익만 얻는 사람
-얌체꾼: 뻔뻔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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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든 기자든 현장에서 돌변하는 '카멜레홍 홍키호테' 홍경석 작가 |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흔히 재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능만으로 오래 남는 문장을 쓰기는 어렵다. 글은 결국 머릿속에 쌓인 생각과 삶의 감각이 언어로 흘러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자격은 많이 보고, 깊이 읽고, 오래 생각하는 힘이다. 그런 점에서 책 읽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련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책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경험만으로는 세상을 다 알 수 없다. 내가 살아 보지 않은 시대, 가 보지 않은 나라, 만나 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과 고통과 기쁨을 책은 대신 보여 준다.
역사책은 지나간 시대를 열어 주고, 소설은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하며, 인문서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건네준다. 이렇게 얻은 넓은 시야는 글을 쓸 때 얕은 감상에 머물지 않게 하고, 독자의 마음에 더 깊이 닿는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책은 언어의 창고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단어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어떤 표현이 정확한지, 어떤 문장이 울림이 있는지, 어떤 리듬이 읽는 이를 붙드는지 몸으로 익혀 알고 있다.
그 감각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문장을 읽으면서 문장의 결을 배우고, 표현의 무게를 느끼고, 생각을 풀어내는 방식을 체득할 때 비로소 생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좋은 문장을 자기 안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일이다.
세 번째 이유는, 책 읽기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수록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글쓰기에 매우 중요하다.
아는 척하는 글보다 진실한 글이 오래 남고, 단정하는 글보다 성찰하는 글이 더 깊다. 많이 읽은 사람은 쉽게 흥분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지 않으며, 더 정확하게 말하려고 애쓴다. 그런 태도는 결국 문장의 품격으로 이어진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데 오늘도 책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나는 스스로를 ‘사기꾼’이라고 자칭하는 터다. 아~ 물론 위에서 나열한 ‘꾼의 종류’ 중 하나인 전형적 사기꾼(거짓말이나 속임수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저 세상사를 두루 관조하며 펜을 드는 ‘사기(事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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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공저 포함 50권의 책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