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좋은 태도에서 나온다

공모전은 약속을 지키는 자리

작성일 : 2026-05-15 11:30 수정일 : 2026-05-15 12:3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공모전은 재능을 겨루는 자리이기 전에 약속을 지키는 자리다. 심사위원은 문장의 완성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어떤 경로로 도착했는지, 응모자가 어떤 규칙을 존중했는지까지 함께 읽는다.

 

그런데 이미 다른 매체에 낸 원고를 숨긴 채 다시 제출하는 중복 투고는 이 질서를 밑바닥부터 허문다. 최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 유명 월간지의 대형 공모전에서 수상작이 타 매체 중복 투고작으로 밝혀져 수상이 취소된 일은, 문단과 출판의 세계가 결국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계약 위에 서 있음을 다시 일깨운다.

 

중복 투고가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공정성을 허무는 데 있다. 같은 규정을 지키며 단 한 편을 준비한 응모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기회를 정직하게 걸었다. 반면 중복 투고자는 하나의 원고로 여러 문을 동시에 두드리며 타인의 몫까지 선점한다.

 

경쟁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영리한 요령이 아니라, 다른 응모자들의 가능성을 조용히 밀어내는 반칙이다. 수상은 개인의 영광일 수 있어도, 심사는 공동의 규칙 위에서만 성립한다.

 

두 번째 이유는 심사 제도의 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공모전의 권위는 이름값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주최 측이 규정을 만들고, 응모자가 그 규정을 지키며, 독자가 결과를 믿을 때 비로소 권위가 생긴다.

 

중복 투고가 드러나는 순간 심사위원의 판단도, 수상 결과도, 이후의 작품 발표도 한꺼번에 의심의 대상이 된다. 한 사람의 부정은 단지 한 번의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한 기관의 명예를 흔들고, 선의로 참여한 다수의 시간을 허탈하게 만든다.

 

세 번째 이유는 글쓰기 자체의 윤리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먼저 좋은 태도에서 나온다. 자신의 원고를 어떻게 다루는지, 타인의 기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약속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는지가 결국 작품 바깥의 인격을 드러낸다.

 

중복 투고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계산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문장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독자는 결국 글의 문장뿐 아니라 그 뒤에 선 사람의 태도까지 읽는다.

 

그래서 중복 투고 금지는 단순한 행정 규정이 아니라 창작 공동체를 지키는 최소한의 윤리다.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면 같은 원고를 몰래 돌릴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작품을 새로 써야 한다.

 

규정을 지키는 일은 답답한 제약이 아니라 내 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공모전이 계속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남으려면, 재능보다 먼저 정직이 제출되어야 한다. 한 편의 글이 진짜 박수를 받는 순간은 상을 받을 때가 아니라, 그 상을 받을 자격까지 스스로 지켜냈을 때다.

 

이러한 상궤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애청자 사연이 방송으로 소개되면 엄청난 상품을 준다는 것에 욕심이 나서 여기저기에 같은 내용을 투척하는 행위다. 하지만 요즘 네티즌 수사대는 명 탐정 셜록 홈즈를 능가한다.

 

공모전에서의 당선은 영광이다. 그만큼 힘들다. 그렇지만 절대로 중복 투고는 하지 말자! 그런 행위는 당신의 인격까지 스스로 허무는 자충수일 따름이다. 이런 경우에 비유되는 사자성가 있다.

 

실우치구(失牛治廏).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거나 너무 늦음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쓰인다.

 

▶ 失(잃을 실) (소 우) (다스릴 치) (마굿간 구) =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이미 소는 사라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