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5-17 15:43 수정일 : 2026-05-17 18:23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빛과 고요의 서원
노노족김상호
새벽은
세상을 깨우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의 마음을 깨운다
산길 끝에 앉은 서원
밤새 접어 두었던 고요를 펴 들고
묵언처럼 아침을 연다
빛은 소리 없이 오는데
어둠은 왜 그리 요란히 물러가는가
돌담 위에 맺힌 이슬은
오백 년 묵은 선비의 숨결처럼 떨리고
바람은 오래된 경전의 책장을 넘기며
나무마다 푸른 뜻을 새긴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세상을 담으려던 눈보다
세상을 비우려는 마음이
더 깊은 풍경임을
서원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고요는 침묵이 아니었다
자신을 낮추는 기도였고
빛은 밝음이 아니었다
흔들리는 영혼을 바로 세우는
한 줄의 곧은 마음이었다
박물관 유리 안에 갇힌 역사가 아니라
오늘도 살아 숨 쉬는 성찰의 강물
빠르게만 달려온 삶의 신발을 벗고
자연 앞에 무릎을 접을 때
비로소
자신의 본래 얼굴을 만난다
서원의 아침은
세상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의 어둠을 먼저 씻어내는
맑은 종소리였다.
[작가노트]
얼마전 한국의 서원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시를 쓰며,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하지 않았다.어릴적 인제에서 서당을 다녔던 기억이‘서원’이라는 공간이 지닌 정신성과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대비시키며, 잊혀 가는 성찰의 가치를 되묻고자 했다.
시 속의 빛은 단순한 자연의 아침 햇살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혼란과 욕망을 걷어내는 정신의 상징이다. 또한 고요는 침묵이나 정적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본질로 돌아가게 하는 수행의 시간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카메라를 내려놓는다”는 구절은 세상을 기록하고 소유하려는 시선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전환을 의미한다. 빠른 속도와 소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서원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도 우리 마음속에 필요한 ‘멈춤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았고.수사적 표현과 은유를 통해, 자연·빛·고요·시간을 인간의 내면과 연결시키며 한국적 정신문화의 깊이를 서정적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