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우뚝함
작성일 : 2026-05-19 05:44 수정일 : 2026-05-20 14:29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어제부터 기말고사(期末考査)가 시작됐다. 각 학기의 끝에 학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중요한 시험인지라 다들 긴장 모드가 역력하다.
교실까지 바꿔가며 시험을 보는 관계로 긴장감의 파고는 거친 동해(東海)의 격랑을 방불케 했다. 담당 선생님은 거듭 커닝의 자제를 역설했다.
아울러 자칫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와 연관된 행동과 행위의 당위를 강조했다. '과전불납리'는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는다"는 뜻으로, 괜히 의심받을 만한 행동은 처음부터 조심하고 피하라는 교훈을 담은 사자성어다.
이 말은 중국 한나라 때의 문집인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수록된 「군자행(君子行)」이라는 시에서 유래했다. 이와 연결된 역사적 인물과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시는 군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오해를 사지 않도록 몸가짐을 어떻게 바르게 해야 하는지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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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子防未然 (군자방미연) 군자는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방지하고, 不處嫌疑間 (불처혐의간) 의심받을 만한 자리에 처하지 않는다. 瓜田不納履 (과전불납리)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李下不整冠 (이하부정관)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 |
여기서 ‘과전불납리’와 짝을 이루는 말이 바로 ‘이하부정관’이다. 참외밭에서 숙여서 신발을 고쳐 신으면 멀리서 볼 때 참외를 훔치는 것처럼 보이고, 자두나무 아래서 손을 들어 갓을 고쳐 쓰면 자두를 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삼국지 시대, 위나라의 황제 조비(文帝)와 그의 천재 동생 조식의 이야기다.
조조가 죽은 후 왕위에 오른 조비는 평소 학문과 시재(詩才)가 뛰어나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던 동생 조식을 늘 시기하고 경계했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제거하고 싶었던 조비는 조식을 대궐로 불러들였다.
이때 조비의 어머니인 무선황후(변씨)는 큰아들 조비가 동생을 죽일까 봐 전전긍긍하며 조식에게 사람을 보내 이렇게 조언했다.
"황제(조비)의 심기가 심상치 않으니, 궁에 들어가거든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뜻을 깊이 새겨 행동하거라. 절대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이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궁에 들어간 조식은 형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 극도로 몸을 낮추었다. 이때 조비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중벌을 내리겠다"고 억지를 부렸고, 조식은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를 지어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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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步詩 - 曹植(AD.192~232)
煮豆持作羹 男脈以爲汁 戟在釜下然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일곱걸음 시 - 조식
콩을 삶아서 국을 끊이고 메주를 물에 띄워 즙 만드는데 꽁깍지는 솥 밑에서 타고 콩은 솥 안에서 우네.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났거늘 들들 볶는 게 어찌 이리도 급할까? |
조식이 어머니의 조언대로 철저히 몸을 사리고 의심받을 빌미를 주지 않았기에, 조비 역시 명분 없이 그를 죽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는 ‘오해 살 만한 행동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함의의 압권인 셈이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거나, 자두(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는 모습은 마치 열매를 훔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지금도 겉보기만으로 오해가 생기기 쉬운 상황을 경계하라는 교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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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광고도 좋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