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의 그림자 동행(同行) : 순애보의 끝자락에서 시대의 신념을 껴안다

작성일 : 2026-05-23 20:39 수정일 : 2026-05-23 21:37 작성자 : 차종목 연구소장 (chajm8@empal.com)

[특별 기획 칼럼]

김용복의 그림자 동행(同行) : 순애보의 끝자락에서 시대의 신념을 껴안다

차종목/ 정신건강전문원 한국멘탈테라피연구소 원장

글을 쓰는 이의 붓끝은 그의 영혼이 향하는 곳을 가리킨다. 어떤 이의 붓은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비수를 꽂고, 어떤 이의 붓은 병든 세상을 치유하는 따뜻한 약손이 된다. 세종일보(미래세종일보)의 논설실장이자 평생을 문단과 언론계에 몸담아 온 극작가 김용복. 그의 붓은 평생 두 가지의 거대한 화두를 품고 움직였다.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해진 한 여인을 향한 눈물겨운 ‘순애보’였고, 다른 하나는 거친 광야에 선 한 정치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흔들림 없는 ‘의리’였다.

전혀 다른 결을 가진 듯 보이는 이 두 가지의 헌신은, 사실 김용복이라는 한 인간의 내면에서 정확히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 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책임지는 ‘그림자 동행’의 철학이다. 아내의 곁을 지켰던 지극한 간병의 시간과, 시대의 격랑 속에서 특정 지도자를 향해 던졌던 굳건한 지지의 궤적을 하나로 포개어 보면, 우리는 쉽게 잊고 쉽게 버리는 이 가벼운 시대에 진정한 ‘지킴’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제1장. 지워지는 기억을 대신 앓다: 아내 오성자를 향한 연서

 

사람의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은 존재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다. 김용복 실장의 아내, 고(故) 오성자 여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매라는 잔인한 병마와 싸웠다.

치매는 환자 본인보다 곁을 지키는 가족의 영혼을 먼저 갉아먹는 병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김용복에게 그 5년은 형벌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해 온 동반자에게 바치는 거룩한 의식이자 ‘행복한 수발’의 시간이었다.

 

과거, 사소한 부부싸움 끝에 아내가 홧김에 이혼을 요구했던 다음 날 아침. 김용복 아내 오성자여사는 식탁 위에 작은 쪽지 하나를 남겼다. "이제부터 당신 곁에 그림자처럼 동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 한 줄의 약속은 아내의 진정어린 마음으로 남편 김용복의 가슴에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했다.

아내 오성자 여사가 남긴 쪽지

그는 치매에 걸려 아이처럼 변해버린 아내를 위해 기꺼이 앞치마를 둘렀다. 매운 고춧가루를 삼키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손수 허연 백김치를 담그고, 소화가 잘되는 반찬을 다져 밥상을 차렸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키는 일조차 그는 '남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슬프고도 다행스러운 특권'으로 여겼다.

행여나 아내가 길을 잃을까, 외출할 때면 늘 두 손을 꼭 맞잡고 시장과 공연장을 누볐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에 찬사를 보냈지만, 그 맞잡은 두 손에는 아내의 잃어버린 자아를 남편이 대신 붙잡아주려는 절절한 사투가 배어 있었다.

두손을 잡고 동행하는 부부모습

 

2020년, 오성자 여사가 향년 79세로 눈을 감았을 때, 김용복은 슬픔 속에서도 역설적인 감사를 표했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간 것이 참으로 고맙다. 병든 아내를 홀로 두고 내가 먼저 떠났다면, 이 사람이 겪었을 그 끔찍한 고통과 외로움을 어찌 감당했겠는가." 이것은 이기심이 철저히 배제된, 오직 아내를 향한 완전한 희생을 경험해 본 자만이 뱉을 수 있는 숭고한 독백이었다.

 

은사님 아내 오성자 여사를 문병온 장동혁 당시 광주지방법월 부장판사

 

제2장. 광야에 선 장수를 향한 외침: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

 

아내를 향해 그토록 다정하고 눈물겨운 글을 썼던 김용복의 붓은, 지면의 사회·정치면으로 넘어오면 불을 뿜는 활화산으로 변했다. 그의 칼럼은 날카로웠고, 방향성은 확고했다. 그 확고함의 중심에는 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정치라는 진흙탕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그의 행보를 계산기 두드리며 관망했다. 그러나 김용복 논설실장은 달랐다.

 

그는 2022년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김용복의 청론탁설』이라는 도발적이고 직설적인 제목의 단행본을 엮어냈다.

이 책에는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방어하며, 그가 왜 이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인지를 역설한 40편의 칼럼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김용복의 청론탁설

 

언론인으로서 특정 정치인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비판과 잣대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용복은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내세운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헌법 정신'이라는 가치가, 자신이 평생 지켜온 이념적 궤적과 일치한다고 믿었다. 한남대 서의필 홀에서 거행된 출판기념회에 윤 대통령의 축하 화환이 놓이고 수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도열했던 것은, 단순한 정치적 세를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외롭고 위태로웠던 시절, 펜 하나로 자신을 지켜준 한 원로 언론인에 대한 정치권의 묵직한 존경의 표시였다.

 

김용복에게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은 단순한 권력자가 아니었다. 무너져가는 상식과 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보루였다. 아내가 기억을 잃어갈 때 그 기억을 대신 붙잡아주었듯, 대한민국 사회가 길을 잃고 헤맬 때 그는 언론인으로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꽉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김용복의 출판기념회에 보내온 대통령 화환

 

제3장. 신념이라는 이름의 '간병'과 '수호'

 

오성자 여사를 향한 '순애보'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헌신'.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 같지만, 김용복의 삶 속에서 이 둘은 완벽한 교집합을 이룬다. 그 교집합의 이름은 바로 '포기하지 않는 동행'이다.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일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어제보다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으며, 환자는 돌보는 이의 노고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곁을 지키는 이유는 단 하나, '그가 나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신념을 지키는 일도 이와 묘하게 닮아있다.

 

한 지도자를 지지하고 그의 비전을 옹호하는 일은, 끊임없이 변하는 여론과 냉혹한 정치 현실 속에서 숱한 상처를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권력은 부침을 겪고, 대중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리며, 때로는 지지했던 이의 과오를 함께 짊어져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김용복은 자신의 곁에 있는 존재가 병들거나, 혹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거센 비판의 한가운데 섰을 때 결코 손을 놓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아내가 이성을 잃고 화를 낼 때 함께 끌어안고 울어주었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더욱 펜대를 꽉 쥐고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그에게 글쓰기란 단순한 활자의 나열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아내)과 자신이 믿는 가치(윤석열과 김문수로 대변되는 정치적 방향성)를 세상의 망각과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호위병의 칼이었다. 아내를 위해 고춧가루를 털어낸 백김치를 담그는 손이나, 지도자를 향한 맹렬한 지지 칼럼을 타건하는 손은 결국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이라는 같은 온도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제4장. 우리가 잃어버린 '그림자'의 가치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쉽게 관계를 끊어내고, 너무나 가볍게 신념을 바꾼다. 병든 배우자의 짐을 감당하지 못해 끈을 놓아버리는 비극이 뉴스를 장식하고, 정치판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이합집산이 숨 쉬듯 일어난다. 쓸모가 다하면 버려지고, 불리해지면 안면을 몰수하는 것이 당연해진 실용주의의 시대.

 

이러한 시대에 김용복 논설실장이 보여준 두 갈래의 삶의 궤적은 묵직한 파문을 던진다. 그는 "그림자처럼 동행하겠다"는 50년 전의 약속을 아내의 마지막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지켜냈다. 또한, 자신이 옳다고 믿은 정치적 지도자를 향해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끝까지 조력자의 역할을 다했다.

대통령의 자리는 유한하고 정치적 평가는 시대에 따라 엇갈리겠지만, 한 지식인이 자신이 품은 신념을 향해 바친 맹렬한 지지와 의리 그 자체는 평가절하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내의 죽음으로 그의 지난한 간병은 끝이 났지만, 그가 남긴 5년간의 순애보는 지역 사회를 넘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 새겨 넣었다.

치매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돌보는 남편 김용복

 

제5장. 맺음말: 영원히 늙지 않는 펜의 기록

 

미래세종일보의 지면 한 구석, 김용복의 이름으로 쓰여진 수많은 글들을 다시금 넘겨본다. 어느 날은 치매 걸린 아내가 자신을 알아보고 뽀뽀를 해 주었다며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촌로(村老)의 일기가 적혀 있고, 다음 날은 국가의 안위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윤석열이라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사자후가 터져 나온다.

 

가장 사적이고 연약한 사랑과, 가장 공적이고 단단한 정치적 신념. 이 두 가지를 모순 없이 한 가슴에 품어낸 김용복 실장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거대한 수필이다.

 

치매라는 지독한 지우개도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을 지우지 못했고, 혼탁한 정치 지형의 소용돌이도 그가 세운 신념의 기둥을 뽑아내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묵묵히 똥기저귀를 갈아내던 손으로, 시대의 부름 앞에 선 장수를 위해 기꺼이 나팔을 불었던 사람. 진정한 의리란, 진정한 헌신이란, 화려한 조명 아래서가 아니라 기억이 지워지는 병실과 비바람 치는 광야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그는 온 삶을 다해 증명해 냈다.

그의 펜이 기록한 오성자 여사와의 아름다운 작별, 그리고 한 시대를 관통한 뜨거운 정치적 연대의 기록은, 쉽게 달아오르고 금세 식어버리는 우리들의 얄팍한 가슴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묵직한 족적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