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일과 발원

부처님의 가피

작성일 : 2026-05-25 06:47 수정일 : 2026-05-25 09:4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honggyeonggeok404@gmail.com)

 

아무리 기다려도 오리무중 802(봉산동 방면 보문산공원 방면) 시내버스

하는 수 없어 대전고 오거리에서부터

보문산을 향해 걸었다

 

즐비한 불자들의 행렬

그들의 걸음마다 차오르는 것은 사소한 숨 가쁨이 아니라

저마다의 가슴에 든 묵직한 소망들이었다.

 

 

이윽고 당도한 형통사 도량,

오색 연등 아래 길게 늘어선 줄은 끝이 없고

법당 앞 향연(香煙)은 하늘로 곧게 뻗어 오르는데

 

문득 향내를 맡으며 생각에 잠긴다

지극한 눈빛으로 두 손 모은 이들은

과연 부처님 앞에 무엇을 빌고 있을까.

 

누군가는 자식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지기를,

누군가는 야위어가는 부모의 굽은 등 뒤로 건강이 깃들기를,

 

또 누군가는 벼랑 끝 같은 삶의 모퉁이에서

작은 숨구멍 하나만 열어달라 눈물짓고 있으리.

 

돈도 좋고 명예도 좋다지만

결국 석탄일에 우리가 빌어 넣는 것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평온.

 

 

"그저 내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지 않게 하소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커다란 용기를 주소서."

 

부처님의 미소는 말이 없고

사람들의 등()은 저마다의 이름으로 타오른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품으려 내려오신 날,

사람들이 비는 것은 결국 가족의 안녕이었으니...

 

하산을 시작하는 길,

내 마음에도 웅크리고 있던 소원(所願) 하나가

보문산 푸른 하늘을 따라 참 맑게도 피어올랐다

다 부처님의 가피(加被) 덕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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