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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정치에 무관심할 수밖에

지나가는 개도 웃을 판

작성일 : 2026.04.29 04:19 수정일 : 2026.04.29 06:5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1991년 한국 소설인 [유자소전(兪子小傳)]은 작가 이문구가 실존 인물 유재필을 ‘유자(兪子)’라 부르며 전(傳) 양식을 변용해 쓴 일대기 소설이다. 물질만능주의와 몰인정한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작품은 전(傳) 한문 문체의 특징을 계승하면서도 충청도 방언·비속어·판소리 문체를 활용해 해학과 풍자를 강화한 것으로 읽는 맛까지 쏠쏠하다.

 

유재필(유자)은 어릴 때부터 입담과 처세술로 눈길을 끌었고,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난처한 일을 자신의 원칙으로 해결하며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가두시위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원장과 대립하고 사표를 내는 일화가 등장해,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장면으로 설명된다.

 

학창 시절, 선생님도 ‘나’의 존재를 몰랐던 것과는 달리, 유자는 그 특유의 말솜씨로 학교에서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유명했다.

 

군대에서 배운 운전 기술로 제대 후 재벌 총수의 운전기사부터 시작해 노선 상무로까지 일을 하면서 유자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양심과 신념이 빛을 발해 많은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성격이 매사 솔직 담백하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을 보유한 유재필은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가만히 지나치지 않는 인정도 많은 인물로 그가 싫어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들에겐 가혹하고 강자들에겐 비굴한 사람들이다.

 

말년에 들어서 그는 종합병원 내 원무실장으로 지내다 6월 항쟁 당시 항쟁자들 일로 병원장과 크게 싸운 뒤 사표를 내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서나 그 과정에서 그는 몸의 이상을 느꼈다.

 

종합병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아본 결과 그는 간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재필은 자신이 간암에 걸린 것에 놀랐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가만히 둘 수 없었고 아픈 몸을 이끌고 사람들을 도우러 나서는 바람에 무리를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암이 악화된 재필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을 힘겹게 이끌고 사람들을 돕다가 숨을 거뒀다.

 

재필의 부고를 들은 이문구는 친구 재필의 죽음을 애도하며 재필을 유자라 부르며 그의 일대기를 담은 작은 책을 써서 친구의 영전에 올렸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실린 이 작품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자로 군림하는’ 전형적 소인배(小人輩)들의 따귀까지 갈기는 해학(諧謔)의 정수(精髓)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4월 28일 자 C일보에 [15범도 "출마"… 의원 후보 36%가 전과] 기사가 실렸다.

 

= “6·3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기초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A(54)씨는 전과(前科) 15범이다. 2008년 건축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이후 10년간 사기, 범인도피교사, 상해, 폭행,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등 총 15차례 범죄를 저질러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았다.

 

A씨는 이번이 첫 출마가 아니다. 그는 전과 9범이던 2014년 같은 선거구에 한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 기초의원에 당선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득표율은 12.85%.

 

하지만 후보 7명이 난립하며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의원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과를 숨긴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당선 6개월 만에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이번엔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한다.(후략)” =

 

언필칭 지역을 위하여 분골쇄신하겠다며 출마한 인사 중 상당수가 다수 범죄의 전과자라니 지나가는 개도 웃을 판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적지 않은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할 수밖에.

 

허희탄식(歔欷歎息)이 절로 나오는 즈음이다. [유자소전]의 주인공 유재필 같은 사람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