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필귀정(事必歸政): 6.3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민심의 쉼표와 마침표
작성일 : 2026.06.04 10:44 수정일 : 2026.06.04 13:11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오늘 새벽에 배달된 신문의 1면, 내일 신문엔 서울도 붉은색으로 바뀔 듯
1. 밤을 지새운 핏빛 접전, 그리고 한 표의 무게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치러진 6.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 서울시장 선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선거 기간 내내 서울 전역을 달구었던 양측 캠프의 치열한 공방전은 피를 말리는 개표 과정을 거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신승(辛勝)으로 결론지어졌다.
선거운동 막판 무서운 기세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거센 추격전을 벌인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저력도 매서웠지만, 서울시민의 선택은 결국 오세훈 후보의 ‘연속성’과 ‘안정’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당 간의 승패를 넘어, 서울이라는 거대 메가시티의 미래 방향성을 두고 시민들이 내린 고뇌 가득한 결단이었다. 개표 결과가 올라갈 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그래프는 보는 이들의 마음에 땀을 쥐게 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아주 미세한 추의 기울어짐으로 승패가 갈렸다. 힘겨운 승리를 따낸 오세훈 후보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마지막까지 정정당당하게 접전을 펼친 정원오 후보에게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2. 사필귀정(事必歸正)에서 사필귀정(事必歸政)으로
이 극적인 반전과 결말을 지켜보며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사자성어가 있었다. 모든 일은 결국 바른길로 돌아간다는 뜻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맥락에서 이 단어는 조금 다른 글자로 치환되어 다가온다.
바를 정(正) 자 대신 정사 정(政) 자를 쓴 ‘사필귀정(事必歸政)’, 즉 “모든 세상사는 결국 정치와 행정의 본질로 귀결된다”는 비틀기다.
선거 과정에서 양측은 날 선 비판과 네거티브, 그리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수많은 정치적 수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먼지가 가라앉은 지금, 서울시민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시민들이 원한 것은 화려한 정치적 구호나 이념의 승리가 아니었다. 당장 내일 출근길의 교통 문제, 내 집 마련의 불안감, 아이를 키우는 보육 환경,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안전한 도시라는 ‘삶의 실체’였다.
결국 모든 선거의 과정이 아무리 혼탁하고 치열할지라도, 그 결말은 시민의 삶을 돌보는 ‘바른 행정(政)’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필귀정(政)’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3. 신승(辛勝)이 주는 경고, 그리고 정원오의 저력
오세훈 후보의 승리는 결코 독주나 안착이 아니다. 말 그대로 ‘힘겨운 승리’였다. 선거 초중반의 우세를 믿고 자만했을지 모를 집권 여당을 향해 서울시민은 막판 표심 집결을 통해 엄중한 경고장을 날렸다.
정원오 후보가 보여준 무서운 추격세는 성동구청장 시절 증명했던 ‘행정 전문가’로서의 탄탄한 신뢰와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오세훈 당선인은 이 점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민심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왜 정원오라는 인물에게 그토록 많은 서울시민이 열광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정원오 후보가 제시했던 생활 밀착형 공약들과 디테일한 행정 비전은 이제 오세훈 시정이 포용하고 녹여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승리에 취해 민심의 절반을 소외시킨다면, 이번의 신승은 다음 선거의 독약이 될 것이다.
4. 다시, 서울을 위한 ‘정(政)’을 시작할 때
이제 주전자는 끓어 넘쳤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선거운동 기간의 앙금과 갈등은 뒤로 하고, 이제는 오롯이 서울의 미래를 위해 협치와 통합을 이야기해야 할 때다.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며, 진영 논리의 전장도 아니다. 1,000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일상을 책임지는 가장 무거운 행정의 수장 자리다.
오세훈 후보가 바랐던 ‘매력적인 세계 도시 서울’과 정원오 후보가 지향했던 ‘시민의 삶을 바꾸는 따뜻한 서울’은 결코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다. 거대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삶을 보듬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6.3 선거를 통해 서울시민이 주문한 ‘사필귀정(事必歸政)’의 진짜 의미다.
피를 말리던 접전은 끝났다. 이제 당선인은 승리의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낙선인은 아쉬움보다 서울을 위한 건설적인 야당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모든 일이 결국 행정의 본질로 돌아온 만큼, 오세훈 시장이 이끌어갈 새로운 서울의 4년이 시민 모두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바른 정치’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선거는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뒤집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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