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잃은 국가기관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작성일 : 2026.06.05 04:54 수정일 : 2026.06.05 07:12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인 선거가 ‘종이 한 장’ 때문에 멈춰 섰다.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오점이자 충격이다.
투표소에 발을 들였다가 기표 용지가 바닥나 하염없이 대기해야 했던 유권자들, 끝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시민들의 분노는 단순한 짜증을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무용지물 선관위”라는 거친 탄식이 쏟아졌고, 국가기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와 이유는 명징하다. 국민이 부여한 세금과 권한을 바탕으로 기본권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시스템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시키는 것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를 공정하고 원활하게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헌법적 책무를 지닌다. 유권자 수가 몇 명인지, 투표율이 어떻게 변동할 수 있는지는 선거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다.
인구 통계학적 지표와 전산망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투표용지 수요 예측에 실패해 선거가 일시 중단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직무유기다.
그래서 묻는다. 그동안 선관위는 무엇을 했는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가동하면서도 정작 선거 당일 벌어질 수 있는 기본적 변수조차 통제하지 못했다.
사태가 터진 후 선관위는 법률적 문구를 앞세워 “재선거 사유가 아니다”라며 행정 편의주의적 해명과 조기 진화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단 한 명의 유권자라도 국가의 부실 관리로 인해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면 그것은 이미 절차적 정당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이다. 국민의 복장이 터지는 이유는 이처럼 오만하고 안일한 선관위의 태도에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실수를 넘어 선관위의 총체적 역량 부실과 기강 해이를 고스란히 드러낸 참사다. 선관위는 얄팍한 변명 뒤에 숨지 말고, 왜 이런 전대미문의 사달이 일어났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 문책에 나서야 한다.
신뢰를 잃은 국가기관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담아낼 종이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선관위라면, 그 존립 근거를 처음부터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한편 중앙선관위(전국 선관위 포함) 연간 예산은 2025년 기준으로 총지출 약 4,843억 원, 직원 수는 상근 약 2,850명(정무직 3명, 일반직 2,847명)이며, 선거 시 임시직 포함 20만 명 이상 동원된다.
조기 대선은 3,867억 원, 국회의원 선거는 4,390억 원, 지자체 선거는 3,443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 SNS를 활용하면 시간, 비용, 인원 등을 최대 95% 이상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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