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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이 사골국물이냐?

주병기 위원장은 자신의 자리 내놔야

작성일 : 2026.06.06 09:26 수정일 : 2026.06.06 10:30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결과는 민심의 성적표다. 표심의 향방에 따라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지만, 그 어떤 결과든 유권자의 선택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준엄한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6·3 지방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고위 공직자의 비뚤어진 시선은 우리 사회에 깊은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특정 지역의 정당별 득표율을 두고 “시민의 권리 행사가 돈의 질서와 일치한다”라며, 심지어 “내란을 일으켜도 상관없는 맹신인가, 맹목인가, 아니면 자기기만인가”라는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감독하고 법을 집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수장이 국민의 소중한 표를 ‘돈의 질서’와 ‘맹신’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의 가치를 차치하더라도, 그의 발언은 유권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모든 표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유권자는 자신의 가치관, 정책, 지역의 이익,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심판 등 저마다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투표소로 향한다.

 

특정 지역의 선택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자기기만’이나 ‘내란 방조’ 수준으로 비하하는 것은 오만함의 극치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한 국민은 무지하거나 탐욕스럽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번 사태를 보며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하나다. ‘억지가 지나치면 아부가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억지’인지 스스로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위원이라는 자가 이런 무리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권력의 핵심, 즉 임명권자의 눈에 들기 위한 과잉 충성이자 ‘아부’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조급함이 유권자를 적으로 돌리는 악수로 이어진 셈이다.

 

정작 대통령실이 “지방선거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었으니, 그의 발언은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어긋나는 꼴사나운 과잉 충성이 되었다.

 

특히 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라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공정위는 기업 간의 독과점을 막고 시장의 규칙을 바로잡는 ‘시장의 판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생명은 그 어떤 치우침도 없는 ‘공정함’에 있다.

 

그런데 그 조직의 수장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편견과 진영 논리로 가득 차 있다면, 그가 지휘하는 조직의 공정성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억지스러운 논리로 국민을 편 가르기 하며 권력에 아부하는 공직자는 결국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짐이 될 뿐이다. 논란이 일자 17시간 만에 글을 지웠다고 해서 뱉어낸 언사의 무게가 사라지진 않는다.

 

주병기 위원장은 자신이 감독해야 할 ‘공정’의 가치가 어디서 오는지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한다.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공정은 시작된다.

 

억지(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가 아부(阿附,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로 치환되었음을 안다면 주병기 위원장은 자신의 자리를 내놔야 한다. 한 마디 더. 그들의 상투적 대국민 선동 화법인 ‘내란’은 두고두고 우려먹는 사골국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