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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30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오세훈의 5선과 실용주의 세대의 역습

기성 정치권을 향한 경고등

작성일 : 2026.06.06 19:56 수정일 : 2026.06.07 01:3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6.3 지방선거의 결과는 한국 정치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었다. 사상 최초의 ‘서울시장 5선’이라는 미증유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오세훈 시장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당의 간판이 몇 번씩 바뀌고, 정권의 향배가 요동치는 격변의 세월 속에서 한 정치인이 수도 서울의 수장을 다섯 번이나 맡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그러나 이 역사적 대기록의 행간을 읽어내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화려한 무대 위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를 무대 위로 밀어 올린 거대한 동력, 바로 2030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다. 전통적으로 진보의 콘크리트 지지층 혹은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2030 세대가 어떻게 보수 정당의 간판 스타를 5선 고지에 앉혔는가 하는 의문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성공 신화를 넘어 ‘지금 2030 세대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 이념의 종언, ‘실용과 생존’이라는 새로운 문법

 

과거의 세대 정치가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라는 거대 담론과 이념적 선명성에 의해 움직였다면, 지금의 2030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실용’과 ‘공정’, 그리고 ‘생존’이다. 이들은 더 이상 과거의 역사적 부채 의식이나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

 

2030 세대에게 정치란 나를 가르치려 드는 도덕적 훈계의 장이 아니라, 나의 일자리, 내가 살 집, 그리고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용한 도구’여야 한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거 사다리가 끊어지고, 취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극심한 생존 압박을 받아왔다.

 

이념적 구호만 외치며 정작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세력에게는 가차 없이 등을 돌리고, 내 삶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이에게 표를 던지는 극단적인 실용주의 성향을 보인다.

 

오세훈 시장의 5선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결과다. 안심 소득이나 서울런 같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정책, 청년 주거 지원 등 거창한 담론 대신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세밀한 행정이 청년들의 실용주의적 요구와 정확히 교접한 것이다.

 

그러니까 2030은 보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한 정치인을 ‘선택’했을 뿐이다.

 

◇ 스윙보터(Swing Voter)가 된 청년, 정치를 흔들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정치 구조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청년 정치는 기성 정당의 외연 확장용 ‘액세서리’나 선거철 이벤트의 소모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2030 세대는 스스로 ‘스윙보터(지지 정당을 바꾸는 투표자)’를 자처하며 선거의 판세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캐스팅보트이자 주류 세력으로 부상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은 ‘파괴적 혁신’에 가깝다. 특정 정당에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지 않기 때문에, 기성 정치권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끊임없이 혁신할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언제든 심판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을 정치권에 불어넣은 것, 그것이 바로 2030 세대가 정치를 바꾸는 방식이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밈(Meme)과 문화적 코드로 정치를 소비하며, 투표장에서는 철저하게 손익계산을 따지는 이들의 영악함(?)이 무겁게 고여 있던, 때로는 진부했던 한국 정치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 기성 정치권을 향한 경고등

 

오세훈의 5선 신화가 남긴 과제는 엄중하다. 청년 세대의 폭발적 지지는 영원한 소유권이 아니라 잠시 빌려준 임대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순간, 언제든 지지를 철회할 준비가 되어 있는 냉정한 세대다.

 

지금 현 정국이 마주한 본질은 여기에 있다. 2030 세대는 이미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맛을 보았고, 자신들의 표가 가진 파괴력을 목격했다. 이제 기성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을 계몽하려 들거나 철 지난 진영 논리로 편 가르기를 시도하는 구태를 버리는 것이다.

 

요컨대 오세훈 시장의 금자탑은 한 개인의 승리를 넘어, 청년들의 실용주의적 요구를 전면에 수용하라는 시대적 명령이다. 2030 세대가 쏘아 올린 실용의 공은 이제 한국 정치 전체를 향해 구르고 있다.

 

▶ 스윙보터(swing voter) : 선거 따위의 투표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이르는 말. 이들은 보통 자신의 삶에 도움을 줄 만한 후보를 찾기 위해 지지 정당을 쉽게 바꾸며, 지역 및 이념 지향적 투표 성향보다는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