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도돌이표의 계절
작성일 : 2026.06.13 03:34 수정일 : 2026.06.13 08:3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6.3 선거가 남긴 후폭풍이 대한민국 정계를 세차게 뒤흔들고 있다. 선거 결과의 성적표를 받아 든 여야의 풍경은 데칼코마니(décalcomanie)처럼 닮아 있다.
승자는 승자대로 논공행상과 내부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패자는 패자대로 무서운 책임론에 휩싸였다. 정당의 명운을 책임졌던 당 대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퇴 압박이라는 도마 위에 올랐다.
방석에 바늘을 박아 놓은 듯한 좌불안석(坐不安席)의 형국이요, 당장이라도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처지다.
예부터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10년을 가지 못하고, 아무리 붉고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 정당정치에서 당 대표의 수명은 10년은커녕 1년조차 버티기 힘든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선거 승리의 영광은 짧고, 패배의 책임은 가혹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세태가 정치권만큼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곳이 또 있을까.
표심을 얻었을 때는 구세주처럼 떠받들다가도, 선거에서 패하면 모든 과오를 덮어씌워 내쫓는 모습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여야의 아수라장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호랑이 등에 탄 형세’, 즉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권력의 정점인 대표직에 오르는 것은 맹수 중의 왕인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것과 같다. 달릴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세등등하지만, 한 번 올라탄 이상 도중에 내릴 수도 없다. 내리는 순간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라는 심판대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들은 권력이라는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신세가 된다.
"정승 날 때 장사 나고, 정승 날 때 박사 난다"는 속담이 있다. 권력의 주변에는 늘 기회주의자들이 들끓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잘 나갈 때는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맹목적으로 따르던 이들이, 선거 패배라는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칼을 겨누는 저격수로 돌변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 ‘인간 시장’의 비정함이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이 무정한 악순환 속에서, 정치적 대의나 민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했다. 지금 여야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 중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권력의 자리는 영원할 수 없다. 선거 후폭풍 속에서 씁쓸하게 연출되는 이 잔혹극을 보며, 정치인들이 기억해야 할 격언이 있다. 바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모든 일은 결국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당장의 자리를 지키거나 빼앗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왜 민심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는지 뼈를 깎는 자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거리기보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뜬 배임을 자각하는 정치권의 성숙함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사치일까.
씁쓸한 도돌이표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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