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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하지 못한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축제

작성일 : 2026.08.01 06:00 수정일 : 2026.08.01 09:5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

기억과 교훈의 교차로를 보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완수사를 비롯해 검사의 핵심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이번 개정은 1954년 형소법 제정 이후 70여 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단이 과연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고를 거쳤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입법의 속도는 빨랐지만, 그 속에 담긴 국민적 공감대는 과연 얼마나 두터운가.

 

검찰 권한의 축소는 그 자체로 시대적 요구일 수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균형이 아니라 ‘공백’이다.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이 사실상 사라질 경우, 경찰의 1차 수사에 대한 통제와 보완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수사의 미진함이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장치는 과연 충분한가.

 

제도 개편이 이상을 지향한다 해도 현실의 안전망이 허술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구제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일정 부분 ‘보루’ 역할을 하며 억울한 피해를 재검토하는 통로가 되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억울함을 충분히 호소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서민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 앞의 평등이 현실에서는 또 다른 불평등으로 변질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입법은 언제나 정치적이다. 그러나 그 정치가 국민의 삶을 외면한 채 특정 진영의 성과로만 소비될 때,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축제’로 비칠 수 있다. 그것도 그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축배의.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제도의 변화가 가져올 파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며, 사회적 신뢰를 쌓는 과정이 생략된 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다.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수사 과정의 혼선, 사건 처리의 지연, 그리고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나 제도가 안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의 비용은 과연 누가 감당할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혁은 방향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권한을 나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의와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번 개정은 결국 ‘그들만의 축제’로 기록될 뿐이다.

 

문득 1905년 을사조약(을사늑약) 체결에 찬성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것으로 평가되는 다섯 대신인 ‘을사오적’이 기억과 교훈의 교차로에서 기웃거린다. ‘을사오적’은 다음과 같다.

 

이완용 학부대신

이지용 내부대신

박제순 외부대신

이근택 군부대신

권중현 농상공부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