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밉다고 초가삼간 태울 것인가
작성일 : 2026.08.07 06:30 수정일 : 2026.08.07 14:4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
| ▶ 빈대 밉다고 육사에 불 지른 모습을 AI 이미지로 생성 |
우리 속담에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는 말이 있다. 처치해야 할 문제는 특정 해충에 불과한데, 이를 해결하겠다며 문제의 원인을 품고 있던 터전 자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 쓰인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빈대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거나 방역 조치를 취하지, 결코 집 전체에 횃불을 들지 않는다. 불을 지르는 순간 해충뿐만 아니라 내가 비바람을 피하고 삶을 영위하던 소중한 안식처까지 사라져 당장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신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방부 업무 보고와 정치권 공방에서 불거진 ‘사관학교 통합론’과 기관 책임론을 접하며 바로 이 속담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군사 쿠데타의 역사적 책임이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에게 있으니,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취지의 발언이 논란의 발화점이 됐다.
특정 집단이나 출신이 과도한 권력을 독점했던 과거의 폐해를 지적하려는 의도였을지라도,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학교 체제 개편 및 통합'은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적했듯, 과연 쿠데타라는 국가적 비극이 '육사'라는 교육 기관의 존재 그 자체 때문에 발생했는가?
이 논리를 그대로 확장하자면, 헌정 사상 특정 법조 출신이나 학맥이 일으킨 권력형 비리나 국정 농단의 폐단이 있을 때마다 그 인재들을 배출한 서울대학교 법대나 특정 고등학교를 해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권력을 남용하거나 일탈을 저지른 것은 ‘개인’과 그들이 결탁한 ‘사적 권력 네트워크(하나회 등)’이지, 국가 안보와 법치주의를 위해 수많은 인재를 양성해 온 교육 기관 그 자체가 아니다.

제도와 조직은 국가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수십 년간 호국 간성을 양성하며 국가 방위의 최전선을 지켜온 핵심 기관이다. 사관학교 교육 과정이나 군 내부의 사조직 결성 방지,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점(살충제)을 찾고 정교하게 처방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럼에도 불법적 권력 탈취의 역사를 이유로 국방 안보의 뿌리가 되는 사관학교 체제 자체를 해체하거나 통폐합하겠다는 식의 접근(불 지르기)은, 빈대를 잡자고 안보라는 안식처를 태워 버리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문제를 진단할 때는 해충이 서식하게 된 구조적 환경과 개인의 책임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 권력의 일탈을 막는 길은 철저한 법적 책임 추궁,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 그리고 합리적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집에 빈대가 생겼다면 신속하고 확실한 방역을 해야 한다. 빈대가 무섭고 미워서 집을 태워버린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그 집에 살고있는 국민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국정 운영과 안보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원인을 다스리는 정교한 처방 대신 거친 행보로 국가의 기틀을 흔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자기 멋대로 하는 건 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짓이다.
‘권불오년’이다. 왜 자꾸 민심과 역행하는 행동만 거듭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금주의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