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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평가 50%의 민심이 보여주는 것

군자의 가치와 도리

작성일 : 2026.08.29 05:13 수정일 : 2026.08.31 03:4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 백성을 보듬으며 잠 못 이뤘던 조선시대 임금을 AI 이미지로 생성


아버지 이성계와 더불어 조선을 건국했던 태종은 하루라도 아침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고 뒹굴었으면 하는 소박한 심정을 피력한 적이 있다.

 

내가 부덕한 사람으로서 하늘의 노여움을 만났다. 가뭄의 재앙으로 하늘의 꾸짖음을 자주 받아 밤낮으로 걱정하고 두려워하지만 어찌 구제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라도 스스로 편안히 보낸 적이 없고, 하룻밤이라도 편안히 잠잔 적이 없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내가 어찌 의복의 아름다움 때문에 임금이 되었겠으며, 음식의 진미를 즐기고자 임금이 되었겠는가? 의복이 단벌이면 춥고 음식이 떨어지면 굶는 것이니, 이것이 가난인 것이다. 옷이 있어서 몸이 춥지 않고 먹을 것이 있어서 배가 주리지 않으며, 편안히 베개를 베고 뜻을 맘대로 펼치면서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나 얼마나 복이 많은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하루아침이라도 꼼짝 않고 누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벌써부터 많았으나 감히 실행하지 못했다. - 태종실록 16년(1416) 5월 20일

 

막상 왕위에 오르고 나니 야인처럼 살던 시절이 그리웠던 것 같다. 그러나 궁궐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지낸 후대의 왕들은 민간에서 사는 맛을 몰랐을 것이다. - 이는 《임금되고 신하되고》 (송기호 저 / 서울대출판문화원 간)의 P.23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군자(君子)는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을 뜻하지만, 과거엔 주로 임금과 영주(領主) 등을 나타내는데 차용되었다.

 

위의 글에서 조선시대 강력한 임금이었던 태종의 어려움을 간파할 수 있다. 그처럼 치자(治者)는 그 자리를 지키기가 몹시 힘들었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성인 남녀 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로 직전 조사인 지난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갤럽 조사 기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포인트 올라 50%로 집권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는 1위가 '부동산 정책'이었고, 2위가 검찰 권한 축소와 '경제·민생' 등으로 조사됐다.

 

주요 현안인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한 인식조사에선 찬성이 30%, 반대가 58%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한 뉴스를 접하면서 새삼 군자의 가치와 도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조선시대 태종이 하룻밤이라도 편안히 잠잔 적이 없었다는 것은 그가 얼마만큼 백성을 위한 삶에 열중이었는지를 새삼 방증하고 있다.

 

군자의 자리는 본래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벼리고 책임의 무게를 견뎌내는 자리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정 현주소는 어떠한가.

 

백성의 안위보다 보신(保身)과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와 비판이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군자의 도리는 권력을 어떻게 잡았느냐가 아니라, 그 권력으로 누구를 지키고 무엇을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도자가 국민의 불신을 외면한 채 독단과 보신의 정치를 거듭한다면, 국정 동력의 상실은 물론 역사의 엄중한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루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며 백성을 살피고자 했던 옛 치자의 겸허한 성찰과 무거운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