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손에 쥔 모래이거늘
작성일 : 2026.09.02 14:35 수정일 : 2026.09.02 15:4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email protected])

권력은 손에 쥔 모래와 같다.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잠시 손안에 들어왔다고 해서 영원히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힘을 주는 순간, 손에 남는 것은 모래가 아니라 허탈감일 때가 많다.
최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정치에서 권력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용 후보자는 자신의 장관직 도전과 국회의원직 유지 문제를 놓고 정치적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여기에 배우자가 같은 당의 당직자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가족정당’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물론 정치적 현실에는 고려해야 할 사정이 있다.
원내 유일 의원이라는 위치, 정당의 존립 문제, 정치적 책임 등 후보자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은 논리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자기절제와 이해충돌에 대한 경계가 요구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관이라는 자리는 개인의 영광을 위한 훈장이 아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이며, 공적 신뢰를 담보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그래서 ‘가문의 영광’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가문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족과 측근, 소속 정당의 이해가 공적 판단보다 앞선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영광의 자리는 순식간에 수치(羞恥)의 자리로 바뀔 수 있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권력을 얻었을 때가 아니라 권력이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할 때다. 권력의 단맛에 취하면 브레이크가 무뎌지고, 주변의 경고는 ‘정치적 공격’으로 들리기 쉽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쌓아 올린 명분보다 자신을 둘러싼 특혜와 이해충돌 논란이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권력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다.
때로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 책임일 수 있지만, 때로는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더 큰 책임일 수도 있다. 그 판단을 가르는 기준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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